왜 50인가? 50대, 고단해도 희망을 품을 자격 있는 당신들을 위하여…
나는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던 해에 태어났다.
6.25가 끝나자마자 국민학교에 입학했고,
중학교에 들어가던 해 4.19가 일어났다.
5.16과 화폐개혁을 거쳐
대학교 때는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었다.
직장에 들어가 결혼을 하고는 건설 붐을 타고 중동으로 갔다.
첫애가 태어나던 해에 10.26이 일어났고,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둘째 애를 데리고 88 올림픽을 보러 갔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직후에 IMF가 터졌고,
두 자식놈 간신히 대학졸업 시켜놓고, 명예 퇴직을 당했다.
조그만 고깃집을 차려 놓고
이제는 애들 시집 장가보낼 걱정을 하고 있는,
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50대 가장이다.
그들의 인생 하나 하나가 한편의 현대사로 기록되는 세대. 우리 경제의 기둥 역할을 했으면서도, 정작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한 세대가 바로 50대다. 2005년. 이제 그런 50대들을 위한 독립선언서가 나왔다. <50헌장>
환경운동가, 사업가, 교사, 가정주부, 회사원, 화가, 소설가 등 다양한 위치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던 50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빠왕독서회'의 회원들이 지나온 자신의 인생과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삶의 모습들을 50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적어놓은 50대 인생 설계서가 바로 <50헌장>이다.
강물은 속절없이 흘러 좋은 몸의 시절은 확실히 지나갔건만 아직 마음의 뜨거움은 식을 수 없는 나이, 그럼에도 이제 남은 시간이 현격하게 줄어들었다는 자각이 깊어지는 시간대에 어느덧 당도한 것이다. 개인적인 회한도 있고, 그와 더불어 뜬금없는 호기도 부릴 수 있고, 조금 이르긴 하지만 죽음에 대한 준비도 남몰래 하게 되는 나이가 바로 이 나이다. 쓰라렸든 즐거웠든 50까지 무사히 오면서 겪어낸 경험과 그나마 허락되는 체력으로 말미암아 어쩌면 ‘진짜 모험’을 할 수도 있을 기회의 나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방의 50대여…. 이제는 나만을 위한 내 인생을 가꾸고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독재자도 분명 사라졌고, 버르장머리 없는 애들도 어느 정도 컸다. 이제는 이런저런 거친 봉우리 사이에 끼어 숨 죽이고 살던 우울증이나 열패감일랑 벗어제끼자. 우리도 마땅히 행복해야 할 권리가 있지 않겠는가. 최일남 선생님의 말씀따나 ‘새싹에도 병든 게 있고, 노송의 잎 중에도 더 싱그러운 것이 있다는 묘리’를 보여줄 나이다.
이 책 <50헌장>은 메아리가 없어도 괜찮은 조용하고 슬프고 단정한 발악으로 채워져 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50까지 이 떡을 칠 ‘눈물 골짜기’를 견뎌오면서 홀로 억눌러야 했던 외로움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아주 잠시라도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글 쓰는 게 업이 아닌 50 언저리 평범한 장삼이사들의 글이 이 땅의 심심한 50대들에게 많이많이 읽혀, 독자들의 뼈 속까지 공감을 일으킬 수 있다면, 그래서 그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빠왕 독서회
2003년 2월에 설립된 ‘풀꽃평화연구소’(소장 최성각)는 “모든 생명체들은 서로 굳건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기본 생각을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의 마땅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이트안의 독립된 게시판에서 활동하고 있는 ‘빠왕 독서회’는 환경단체 ‘풀꽃세상’을 창립하신 정상명 선생님의 아이디 ‘왕풀’과 독서회 대표인 권용철 님의 아이디 ‘빠샤’의 앞머리를 따서 작명한 독서회로서 별로 팔리지 않는, 그렇지만 읽어둘 만한 귀한 책들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함께 읽는 독서회입니다.
‘50헌장’은 50대가 주류인 빠왕 독서회 회원들이 인터넷을 통해 8개월 여 동안 조용히 작업한 결과물입니다. 등 뒤에서는 시간이라는 이름의 전차바퀴 소리가 전보다 심각하게 들리고 ‘남은 시간’이 ‘보낸 시간’보다 적다는 자각이 어느 날, 이 책을 기획하게 된 동기였습니다. 대부분 풀꽃세상 초창기 시절의 열심당원들인 12명 필자들의 직업은 매우 다양해, 회사원도 있고, 전업 주부, 교사, 화가, 소설가, 의료 관련 사업가도 있습니다. 이들의 한결같은 믿음은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입니다. 따라서 남은 세월을 삶에 대한 기쁨과 경탄으로 채울 일만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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