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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오후

그로테스크 리얼리즘 만화의 탄생 이 책에 수록된 세 편의 만화는 공히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이라고 부를 만한 세계의 분위기를 거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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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89-464-1477-4 07810
발행일
2004-08-31
지은이
마정원
책정보
신국판변형, 144쪽
가격
8,000

그로테스크 리얼리즘 만화의 탄생

이 책에 수록된 세 편의 만화는 공히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이라고 부를 만한 세계의 분위기를 거느린다. 젊은 작가답지 않게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 예리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형상화해내는 상상력 또한 치밀하고 융숭한 깊이가 있다. 이 세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은 도시빈민, 노동자, 노점상, 소년소녀가장 등 작품의 주인공들이 한결같이 우리 사회의 소외된 자, 마이너리티라는 데서 찾아진다. 작가 마정원은 이들의 삶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아픔과 고통, 그리고 그런 것들을 배태하는 우리 사회 모순의 구조를 매우 적나라한 서사와 화면을 통해 고발한다.
마정원의 작가로서의 재능을 높게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그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문학성이다. 그의 작품은 소설작품에서나 볼 수 있는 극적인 구성과 반전, 그리고 탄탄한 스토리 구조를 지니고 있다. 특히 만화작품 특유의 과장이나 엄살, 그리고 지나친 해학을 지양하고 문학의 사실주의적 문법으로 스토리의 얼개를 단단하게 여미고 있는 점은 마정원 작품의 최대 장점이다.
그의 작품의 또 하나의 매력은 다양하면서도 참신한 실험적 기법에 있다. 이 세 작품 속에서 작가는 환청과 환시와 같은 환타지 기법 외에 액자식 구성 등을 적실히 활용하여 독자들에게 평면적으로만 다가가는 만화작품에 입체적인 해석의 여지를 부여한다.

수록작품 소개

<나른한 오후>
청계천변의 허름한 아파트에 두 남매가 살고 있다. 두 남매의 아버지가 생활고를 비관하여 투신자살한 뒤 두 남매는 이웃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다. 누나인 소녀는 정신이상으로 늘 어눌한 발음만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아파트에서 전파상을 하던 할아버지가 등을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다. 소년은 할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다면서 동네 형에게 그들을 밀고한다. 소년이 밀고한 범인은 바로 그 아파트의 불량소년들. 동네의 형은 소년의 말을 듣고 불량소년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 호수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불량소년들 역시 칼에 찔린 채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옆에 놓여있는 캠코더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동네 형은 그 캠코더를 재생시켜 본다. 그 안에는 놀랄 만한 광경이 담겨 있다. 평소 정신이상인 소녀를 그 불량소년들이 희롱했던 것, 그래서 소년이 그들을 칼로 찌른 것. 또한 할아버지의 죽음 역시 이들 남매의 짓임이 드러난다. 겉으로는 온화한 미소로 두 남매를 돌보는 척했던 할아버지는 사실 소년을 반복적으로 성추행해왔던 것. 그것을 보다 못한 정신이상인 누나가 할아버지를 찌른 것. 자살과 살인, 소년성추행 등 매우 불편한 소재를 거침없는 필치로 묘사해낸 극의 반전이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다.

<과꽃>
도시의 가난한 동네에 젊은 두 부부가 산다. 남편은 매일 어두운 얼굴로 술을 마시고 아내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과꽃을 키운다. 이들에게는 예쁜 딸 미진이가 있다. 아내는 미진이와 늘 대화를 나눈다. 미진이에게 밥도 주고, 책가방도 챙겨준다. 그리고 휴일에는 놀이공원에 데리고 가겠다는 약속도 한다. 하지만 남편은 여전히 우울한 얼굴로 술을 마시고 늦게 집에 들어온다. 아내는 남편에게 미진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같이 가자고 말한다. 그러자 남편이 말한다. 그만해. 미진이는 죽었어. 미진이는 이 세상에 없다고. 아내는 어여쁜 딸 미진이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을 인정할 수가 없어서 계속 미진이와 혼잣말로 대화를 나눈 것이다. 미진이가 키우다가 남겨놓고 떠난 과꽃을 키우면서. 과꽃의 꽃말은 나의 사랑은 당신보다 아름답다란다. 세상을 떠난 딸아이를 잊지 못하는 엄마의 눈물겨운 모성을 환청과 환시의 형태로 묘사하고 있는 작가의 기지가 놀라운 작품이다.

<첫눈 내리던 날>
청계천의 가판에서 중고 옷을 파는 송이의 아빠는 늘 단속반원에게 쫓기는 신세다. 더욱이 송이는 어려운 가정형편을 비관해서 가출을 해서는 불량청소년들과 어울리다가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해서는 집에 돌아온다. 게다가 백혈병이라는 치명적인 병까지 얻게 된다. 하지만 송이 아빠는 삶을 비관하지 않고 딸아이를 따뜻하게 반겨준다. 딸아이를 병원에 입원시켜 놓고 송이 아빠는 전보다 더 바지런하게 청계천에서 일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단속반원들은 송이 아빠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송이의 옛 친구가 나타난다. 송이 아빠는 송이 친구를 데리고 송이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간다. 그리고는 송이가 낳은 아이를 데리고 와서 송이에게 보여준다. 처음으로 자신이 낳은 아이를 바라보는 송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리고 마침 선물처럼 창밖에 첫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어려운 처지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도시 빈민의 삶을 통해, 그리고 첫눈과 함께 태어난 새 생명을 통해 우리 삶에도 여전히 꿈과 희망이 남아 있음을 전하고 있는 작품이다.

구매가능 사이트 | 교보문고 | YES24 | 인터파크 | 알라딘 | 11번가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자랐다. 만화와 그림을 그리는 일에 무한한 자부심과 행복감을 느끼고 있으며 200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만화부문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우리 시대의 소외받은 이웃, 빈자, 약자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이들 삶의 모습을 작품으로 옮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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