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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하요? 거기가 어디예요?” “왜, 그 파주 운정동 옆에 있는 동네요.” “아, 운정신도시요?”
누군가에게 교하를 아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이런 대화가 이어진다. 교하는 어느덧 나이를 15년 정도 먹은 신도시가 되었다. 뭐, 일산이나 분당이 이미 20년도 더 된 완숙한 도시라면 교하는 그래도 중년 신도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하 바로 옆에 대규모로 조성되어 현재에도 3지구가 개발 중인 운정신도시에 비하면 교하는 이미 낡은 신도시가 되었다. 과연 교하는 낡았을까? 그런데도 여전히 사람들이 교하로 이사를 오는 이유는 뭘까? 혹은 교하에 사는 사람들이 이곳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7년 여름, 마을잡지 《디어교하》는 바로 이러한 질문들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교하에서 가까운 동네 일산에 거주 중인 박채란 동화작가와 교하로 이사온 지 얼마 안 되었던 나는 교하라는 지역이 가진 매력을 알고 싶었고, 그 답을 교하의 주민들에게서 직접 듣고 싶었다. 그래서 경기문화재단 지역문화사업의 지원을 받아 2017년 봄부터 인터뷰와 사진워크숍을 진행했고, 워크숍을 통해 자기가 사는 지역의 사람과 공간에 대한 인터뷰를 한 주민참여자들은 그 결과물로 마을잡지 《디어교하》를 만들어냈다.
사실 처음부터 잡지를 만들 생각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단행본 인터뷰집으로 마무리를 지으려던 기획이었는데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교하에 없는 마을잡지를 만들자는 결론이 나왔다. 운이 좋게도 참여자들 중에는 출판사 편집자 출신과 현직 북디자이너가 있어서 잡지를 기술적으로 만들어내는 데에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교하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주민들이 모였기 때문에 지역 사람들과 공간에 대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 과정이 참 즐거웠다.
대체 《디어교하》가 무엇이기에?
마을잡지 《디어교하》는 매호 1,000부씩 제작되는 계간지이다. 주민기자들은 격주로 모여서 회의를 하고(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줌’으로 만나지만 그전에는 동네사랑방인 ‘쩜오책방’에서 늘 모였다) 각자 쓰고 싶은 기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마감일이 다가오면 불똥이 튀게 기사를 써서 온라인 공유폴더에 올린다. 그러면 편집위원들이 교정을 보고 끝으로 마을의 금손 디자이너의 현란한 손놀림으로 멋진 잡지가 탄생한다. 이렇게 글로 쓰니 쉽지만 사실 인쇄, 표지그림 비용 등 제작비 마련을 위해 발로 뛰는 분들이 있고, 또 늘 《디어교하》를 후원해 주시는 마을 주민들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여러 사람들의 애정과 노력 끝에 《디어교하》가 인쇄되어 나오는 날이면 주민기자단들은 각자 취재한 공간 혹은 사람들에게 잡지를 직접 배포한다. 교하의 도서관, 동사무소, 우체국 같은 곳뿐 아니라 약국, 빵집, 미용실, 세탁소나 마트에도 《디어교하》를 직접 전달한다. 주민들에게 따끈따끈한 잡지를 건네며 근황도 나누고 지난 호 반응도 살짝 살피는 등 정다운 소통이 이어지는 그 순간이 《디어교하》가 5년간 지속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여느 동네처럼 교하에도, 없어지고 문을 닫는 공간들이 생기곤 한다. 특히 지면에 소개된 공간이 문을 닫았을 땐 안타까움이 더하다. 그럴 때마다 《디어교하》가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문을 닫고 사라지더라도 교하에 이런 곳이, 혹은 이런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 기록으로 남기 때문이다. 요즘 대두되는 아카이빙도 이런 의미를 지니고 있으리라.
‘우리가 이 지역을 아카이빙 해야 한다!’는 식의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5년째 꾸준히 잡지를 발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교하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기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신라시대부터 천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교하’라는 이름을 지키고 싶고, 이곳에 사는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어졌다. 게다가 매년 가을에는 잡지 형태 대신 교하의 산책길을 소개한 ‘교하산책지도’, 교하에 사는 사람들을 심층 취재한 ‘우리동네아는사람’, 마을에서 일어날 법한 문제를 해결하는 ‘마을보드게임’을 만드는 등 새로운 도전을 해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여섯 명으로 시작한 주민기자단이 현재는 스무 명 가까이 늘었다.
대체 이 사람들은 왜 여기에!
식당에서 우연히 잡지를 보고 연락해서 찾아온 사진작가부터 교하도서관 앞집에 살면서 교하신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모두 지켜봐온 동네의 술 빚는 아저씨, 한국인과 결혼해 교하에서 아이 둘을 낳고 살며 동네책방에서 일본어 강의를 하는 일본인 여성, 그리고 교하에서 자라고 교하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는 20대 청년들까지…. 호기심과 관심 가득한 주민들이 《디어교하》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고 있다.
이 사람들은 대체 뭘까. 더 재미난 일도 많고 돈을 더 벌 수 있는 일도 있을 텐데 왜 굳이 이곳에 모였을까 하고 궁금할 때가 있다. 하지만 편집회의 때 주민기자들의 환한 표정들을 보고 나면 궁금증은 금세 풀린다. 7월 말에 《디어교하》 제12호인 여름호가 나오고 나면 또 서로 어떤 기사를 쓰고 싶은지 마구 수다를 떨 게 뻔한 사랑스러운 얼굴들이 눈앞에 떠오른다.
교하의 과거를 묻고, 현재를 기록하고, 또 미래를 그려보는 마을잡지 《디어교하》는 아직 고민이 많고 부족한 점도 많지만, 또 그만큼 채워나갈 부분이 많기에 더 기대되는 잡지다. 그리고 그 과정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교하의 주민기자들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응원해주는 주민독자들이 있기에 《디어교하》는 오늘도 참 행복하다.
김지하 사진으로 진실된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늘 고민하고 있는 사진활동가입니다. 현재 파주 교하에 살며 동네서점인 쩜오책방의 조합원으로, 동네이웃들과 함께 마을잡지 《디어교하》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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