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아슬한 추녀 끝에 하늘길 열어놓고인적 끊인 암자 홀로 겨운 풍경소리먼 그대 앙가슴까지 쟁, 쟁, 쟁 울렸으면! 박송계 (서울시 구로구) ㅡ 모래시계뒤집힌 시간들이 모래성을 쌓아간다홀쭉한 기억으로 여과되는 스무 청춘추억이 반짝거리는 나의 나이 서른 살 김준형 (경기도 용인시) 뽑는 말 많이 쓰는 게 능사가 아니다. 한 편 한 편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고, 결국...
낙엽처럼 불면이 쌓이는 날이 많아졌다종종 새벽에 흩어지는 비나는 생각보다 오래 살았다고 써둔 지 한참찬술을 마시다미친 듯 밤길을 휘적이다한 사람 안에 웃고 있는 또 한 사람 생각에모든 걸 게워내듯 울기도 하는 아침이면 퉁퉁 부은 눈으로식구들 밥을 차리고 배웅을 하고꾸역꾸역 혼자 먹는 슬픈 식욕의 시간온 집을 젖은 걸레로 문질러 놓고빨래를 넌다조금씩 말라가는 손목은 얇은 햇빛...
놀단풍이 옮겨왔나 오래도록 타는 하늘난간에 달려 있는 거미집도 보았네가을이 차린 빈소에 느지막이 들린 산강영선 (울산시 중구) ㅡ 철새공장길 도랑가를 한 철 내내 누비더니가야 할 시간인가 뒤뚱뒤뚱 줄 맞추다아쉬움 남은 게 있나 맨 끝 막내 돌아보네강하나 (경기도 수원시) 뽑는 말‘먼저 정석을 익혀라. 그러고는 그 정석을 잊어버려라.’ 바둑 이론에 나오는 말이다. 시조도...
딸아이 방에올 가을 처음 피어난쑥부쟁이 한 다발 들여놨다 바람 좀 분다고 무얼 그리흔들리는 것이냐고너만 아픈 줄 아느냐고웅크린 배를 쭉 펴보라고서릿발처럼 야속했을 말들뒤늦게 후회하며 쑥부쟁이 한 다발 들여놨다딸아이 벗어 두고 간 속옷생애 처음으로 피워낸한 떨기 꽃을 보고저 혼자 피워낸꽃을 보고 조정숙 1974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서일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습니다. 현...
달맞이 꽃-마이너리티 리포트 글러버린 이생의 꿈 가슴에 묻었건만언저리 외진 기도 해쓱히 벙근 걸까달빛에 낭창한 꽃잎 신열 자꾸 도진다박한규 (경북 포항시) ㅡ 바다 검푸른 깊이만큼 포말은 주름지고부딪혀 솟구쳐도 메마른 설움까지비췻빛 그리움 속에 피어나는 소금꽃배종숙 (울산시 중구) 뽑는 말글쓰기에 세 가지 많은 것이 있으니, 보는 것이 많고(看多), 짓는 것이 많으며(...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마당 위에는 멍석멍석 위에는 환한 달빛달빛을 깔고 저녁을 먹는다 숲 속에서는 바람이 잠들고마을에서는 지붕이 잠들고 들에는 잔잔한 달빛들에는 봄의 발자국처럼잔잔한 풀잎들 마을도 달빛에 잠기고밥상도 달빛에 잠기고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밥그릇 안에까지 가득 차는 달빛 아, 달빛을 먹는다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오규원(1...
연밭장맛비 국수 건져 가득 담은 초록 양푼찐계란 노란 고명 맛깔스레 얹어놓고개구리 자갈거리며 동네 친구 모은다김경아 (서울시 구로구) ㅡ 정방폭포절벽에 흐른 동백 흔적조차 사라지고아직도 쏟아지는 4·3 그림자들이념은 수직의 칼날 움푹 파인 어떤 봄최종천 (포항시 북구) 뽑는 말시쓰기의 전제는 뭔가를 발견하는 일이다. 발견한 뭔가에 새로운 해석이 더해질 때 한 편의 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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