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개 불안이 그의 밥이다 어둠이 그의 집이다어디를 떠돌다가 밤이면 찾아오는지휘어진 느낌표 물고 빤히 나를 쳐다본다변영현 (대구광역시 북구) 허수아비 하얀 모시 한복에 중절모 아버지땀에 젖은 옷자락 찢어진 현수막 같다속마저 텅텅 비우고 세월에 삭은 가난한 몸정유광 (경기도 수원시) 뽑는 말늘 처음이면서 다음을 꿈꾸는 시! 대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새로운 시를 낳는다...
가을맞이 옷 정리를 하면서 아들이 학생 때 입었던 옷들을 따로 쌓아보니 산더미였다. 옷들을 보니 아들의 학창 시절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반짝이 점퍼는 아들이 중 3때, 등번호 10번이 새겨진 아스널 유니폼은 한창 축구에 빠져 지내던 중2 때 입었었지. 고등학생 때 입었던 생활복은 재질도 좋고 멀쩡해 우리 부부의 산책용으로 아주 그만이다. 오래전 내가 버린 옷을, 반만 쓰다...
인연 거친 삶 속에서도가지만 뻗으면 새는 날아와 앉는다 미세한 바람의 입자 속흔들리며 노는 새도휘청하는 순간나를 떠난다 새는허공이 넓어 정처 없어도이별은 가지 끝마다 온기를 남긴다 손끝에 남은 온기 만지작거리며바람 속 세상 가다가다 놓친 건언제나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지금 창공을 나는 저 새의 활강이가슴에 스미는 것은마음에는 무시로 자란 가지 끝에새가 날아와 앉을 날...
첫물 차를 우리는 밤잎새달 명지바람 등이 휜 다랑밭 길꼬깃한 햇차 잎에 서리서리 담아서는찻잔 속 깊이 들앉아 젖 물리는 지리산 조현미 (경기도 의정부시) 고모역영사기 돌려대던 철길 옆 옥수수밭필름 다 풀리도록 객차는 서질 않고역무원 마른기침만 서걱서걱 뱉는다김경아 (서울시 구로구) 뽑는 말시는 언어의 건축이다. 시 쓰기에 나름의 설계와 장치, 얼개와 짜임이 필요한 것도 ...
울긋불긋 붉게 달아오르던 가을억새는 가슴 깊은 곳에서 바삭대며 피어나고 하얀 머리 나풀대던 꽃잎 바람에 지면황금빛 들녘은 마른 가슴으로마냥 속울음만 감춘다 서로 서걱서걱 몸 비비며 흔들리는 아픔의 눈물은겨울비를 재촉한다빛바랜 자리마다 억센 마음으로 일어서고먹구름이 후드득 빗소리 건들며 간 자리정갈한 마음으로 옷매무새 고쳐 입고고요하게 속 비우는 마음은 오죽하랴 억새는 제 몸...
악성 가다어려선 흙투성이 굼벵이로 구르다가까만 음 굵어지며 목청 귀청 다 뚫었다뙤약볕 온몸으로 켠 연미복 단벌신사양정묵 (서울시 송파구) 빨래집게매달려 사는 것이 숙명이라 수다 떨며인연은 물구나무로 고군으로 분투하며그리움 다 마를 때까지 잡고 놓지 않겠다 최종천 (포항시 북구) 뽑는 말문제는 어떻게 보고, 어떻게 느끼느냐다. 낯설게 하기, 비딱하게 바라보기가 왜 필요한가...
시월로 가는 간이역에서 느린 우체국을 만났습니다 빨간 외발에 기대어 가을과 차 한 잔 나누는 사이 단풍나무가 엽서 한 장을 놓고 갔습니다 작년 이맘 때 상수리 숲, 청설모 겨울양식 몇 톨 덜어낸 일이자꾸 생각나는 계절인데그걸 눈치 챈 나무가 슬그머니 놓고 갔습니다나는 깨알 같은 글씨로 엽서를 메우기 시작했습니다 허락도 없이 덜어낸 양식,이웃마을까지 탁발을 다녀왔을 눈길을 생...
조은누리저 홀로 하산 길에 웅크린 자폐의 몸폭염과 장맛비 눈물로 견딘 열흘째보았다, 애타는 모정에 엎드린 저 고요를황병숙 (경기도 수원시) 가을밤가을밤 시 낭송 교실 들창문이 왁자하다풀 여치 쯔르라미 초 중장 선창하면귀또리 열두 음 떼창 읊조리는 삼장 육구김정애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뽑는 말시조는 우리말과 우리 정서가 배태한 이 땅 유일의 정형시다. 시조만의 오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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