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한주연 며칠째 비가 내리고 있었다. 현관을 나선 선호 아빠는 우산을 받쳐 들고 선호의 손을 잡았다. 선호는 다정해진 아빠의 모습이 좋았다. 퇴근만 하면 지하실에 내려가 문을 닫아버렸던 아빠는 두 달 전, 엄마와 선호를 지하실로 안내했다. 그때부터 선호 가족은 달라졌다. 선호 아빠는 티롤 연구원이다. 티롤은 한 알만으로도 하루 영양 섭취량을 갖춘 신약인데 80년 전 론...
그림·한주연 사는 일이 버거워지면 문득 나는 배낭을 꾸린다. 비대해진 전립선과 가늘어진 오줌발과 쉰 넘어 시들해져버린 갱년기까지 마구 배낭에 쑤셔 넣는다. 짊어진 배낭에서는 덜그럭덜그럭 부딪는 소리가 난다. 짐들은 배낭 안에서 저희들끼리 비비고 부딪다 깨져 끝내 먼지가 될 것이다. 이 짐들이 모두 먼지가 되어 날아가야 내 등에도 사뿐 봄이 오겠지. 연골마다 염증이 난 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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