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후 작가와 힐러리 경이 함께 찍은 사진. 1953년 5월 29일, 뉴질랜드 출신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1919~2008)는 서른셋의 나이에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이 소식은 세계 각국 언론에 대서특필로 보도될 만큼 중대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국내 신문에는 ‘에베레스트에 올랐다’라는 짤막한 외신 기사로 소개된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는 당시 ...
유영숙 씨의 집은 주말마다 쌍둥이 손자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 어항 속 물고기를 바라보며 웃고 떠드는 순간이 가장 즐겁다. 영리한 구피들1. 영숙 씨가 다가가면 밥 주는 줄 알고 헤엄치며 다가온다.2. 손자들이 다가가면 장난치는 줄알고 수초 속으로 숨는다.인천 서구에 사는 유영숙(65) 씨는 매주 금요일이 되기를 기다린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쌍...
먼 곳까지 가지 않고 숨을 고를만한 장소로 경기도 시흥의 갯골생태공원을 찾았다. 갯벌과 염전이 남아있어서 여느 도심 속 공원과 차별화되는 곳이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자리에서 사색이 길어졌다. 나는 안팎으로 무엇을 비워낼 것인가에 대하여. 무성한 갈대밭이 장관이어서 가을철 소풍지로 제격인 시흥갯골생태공원은 굴곡의 미학이 깃든 땅이다. 경기도 시흥 장곡동 일대에 잠실종합운동장의...
〈다음 소희〉의 오유진 형사님께 오유진 형사님, 언젠가 한 번은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동안은 제 안의 어떤 머뭇거림 때문에 순서를 미뤄왔는데, 오늘만큼은 용기 내어 편지를 씁니다. 처음엔 소희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소희에게’ 라고 첫 줄을 적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어떤 말도 적을 수가 없더라고요.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 입가를 맴돌 뿐...
그림 · 손승배 우리 집은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제사를 지내왔다. 정확하진 않지만 1년에 네 번 정도였고 명절에 모두 차례를 지냈다. 제사의 의미를 잘 몰랐던 나는 여러 이유로 제사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특히 명절에 아침 일찍 차례를 지내는 것이 정말 싫었다. 노는 날에는 늦게까지 늘어지게 자고 싶은데 누군가에게 기도를 드리기 위해 온 가족이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는 것...
이해인 수녀가 오리여인에게 1.‘하나 둘 떨어지는 나뭇잎이 너무 바빠 하늘을 올려보지 못한 사람에게도 가을을 알려줘요.’ 《하루를 물들이는 수채화 일력: 오리여인의 365일 만년 달력》에 실린 이 글을 읽은 아침, 우리 집 은행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가 노랗게 빨갛게 물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어느새 늦가을의 정취를 절감하게 되는군요. 한동안 아파서 고생했다더니 지금은 괜찮아...
우리가 자주 쓰는 말들을 한 글자씩 들여다보면 뜻밖의 철학이나 새로운 시선을 발견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소풍(逍風)’은 ‘거닐 소’, ‘바람 풍’의 조합이다. 말 그대로 바람을 쐬며 거니는 모든 경험이 소풍이라는 뜻이다. 꼭 큰맘 먹고 날을 정해 정성껏 도시락을 싸서 멀리 떠나야만 하는 게 아니라 점심시간에 잠깐 동료들과 걷기만 해도, 저녁에 가족과 가볍게 산책하러 나...
정오의 음악회일시 11월 13일 오전 11시 / 12월 4일 오전 11시장소 국립극장 해오름 (서울시 중구 장충단로 59)문의 02-2280-4114관람료 R석 3만 원, S석 2만 원 서울 남산 자락에 위치한 국립극장에서는 창극, 한국무용, 판소리 등 다양한 전통예술 무대가 펼쳐진다. 그중에서 2009년에 시작된 이래 17년째 이어온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대표 상설 공연인 ...
휴대전화로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한번 잠이 들면 좀처럼 깨지 않는데 무언가 불편한 감각에 정신이 들었다. 눈은 떠지지 않는데 귀만 열렸다. 고막으로 흘러드는 소리는 여자의 흐느낌이었다. 이 야밤에 고요한 촌동네에서 들을 수 없는 소리였다. 전등을 켜자 형광등이 내 눈꺼풀처럼 껌뻑대며 졸음을 털어냈다. 벽시계를 보니 자정이 넘어있었다. 내려오는 ...
내가 11년 동안 애정을 쏟아온 일이 있다. 바로 ‘학생 상담 자원봉사’다. 두 아이를 모두 대학에 보내고 처음으로 맞이한 여유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내 시간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에 쓴다면 얼마나 보람 있을까?’ 그때 우연히 학생 상담 자원봉사 활동에 대해 알게 되었고, 교육청에 지원서를 제출하면서 청소년 상담사로 첫발을 뗐다. 당시 고등학교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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