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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 복숭아 향기
지은이 : 이명랑        
분류 : 국내 | 단행본 | 문학.예술
독자대상 : 성인 남녀
책정보 : 산문집, 신국변형, 무선철, 212쪽
출간일 : 2006-07-15   가격 : 8,500원
ISBN : 89-464-1567-3   CIP : 2006001453
도서구입 : 교보문고 / YES24 / 인터파크 / 알라딘 / 11번가

소설처럼 재미있고 영화처럼 슬프고 시처럼 감동적인 이야기

좌판의 복숭아처럼 연약하고 상처가 많지만 진한 향기를 품고 있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삶의 생생한 표정들, 소설가 이명랑이 그들과 부대끼면서 느낀 감상들을 군더더기 없는 담백하면서도 진솔한 문체로 표현한다.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으로 끄집어낸 속깊은 이야기

이 책은, 특유의 구성지면서 활력 넘치는 입담과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 삶의 낮고 어리숙한 풍경들을 속깊이 관찰해온 소설가 이명랑의 신작 에세이집이다. 1998년 소설가로 데뷔,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이명랑은 시, 에세이, 동화 같은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긍정적이고 따뜻한 관점과 태도로 바라본 우리 삶의 아기자기한 모습들을 쉬우면서도 감동어린 문체로 독자들에게 전했다.

이명랑만의 장점이자 특징이랄 수 있는 것은, 보통의 작가들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삶을 관조하고 관찰하는 데 머무르면서 다소 피상적이고 관념적인 삶을 상상력을 가미해 그려내는 것에 반해, 이명랑은 스스로 삶의 현장에 치열한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동안 체득한 절실하면서도 사실감 넘치는 구체적인 삶을 묘파해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명랑은 영등포 청과 시장에서 생계를 위한 과일 소매를 해본 경험이 있다.(영등포가 고향인 그의 어머니는 그 시장 골목에서 상인들과 경매사를 대상으로 식당을 하고 있고, 그의 남편은 청과시장의 경매사이다.) 영등포 시장은 이명랑에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의 터전인 동시에 그녀에게 문학적인 영감을 안기면서 끊임없이 글을 쓰는 동기를 제공하는 해방구인 셈이다. 그 속에서 뛰고 부딪치고 때로는 넘어지고 소리 지르면서 겪어낸 삶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풍요롭고 여유 넘치는 삶, 교양과 세련미가 넘치는 멋드러진 삶과는 많은 거리가 있지만, 이명랑은 그 투박하고 담백한 삶의 현장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사람들을 길러낼 수 있는 곳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도 이명랑은 소설로 각색할 수 없을 정도로 애틋하고, 동화로 묘사할 수 없을 정도로 진득한 이웃과 가족의 이야기를 담백하면서도 맛깔스러운 필체로 살려놓고 있다. 한 골목에서 부대끼며 웃고 울었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들려주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주제는 물론 삶에 대한 신실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만이 나눌 수 있는 교감과 소통의 아름다움이다.
신문이나 뉴스에서 연일 전해오는 험한 소식들을 듣고 있노라면 이 세상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을 아니 할 수 없게 하지만 이명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고 또 이 세상 속에서 각자의 삶의 현장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역시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귀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눈에는 사람들은 마치 시장 바닥을 함부로 뒹구는 복숭아처럼 상처 나고 짓무를수록 진한 향기를 내뿜는 존재들이다. 


꽃보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빚어내는 향기

책 속에는 정말 꽃보다도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가족과도 떨어져서 홀로 시장 바닥을 전전하며 라면박스를 모으는 욕쟁이 할머니가 트럭에 치자, 너나 할 것 없이 병원에 모셔가려는 이웃 사람들. 가난에 찌든 어떤 여인이 어린 아이들 둘과 함께 과일가게에 들러 차마 사지는 못하고 과일을 들었다 놓았다 하자, 포도며, 메론이며, 배며 과일 상자들을 하나씩 내놓는 과일 가게의 역시 가난하기는 마찬가지인 주인들. 반푼이라고 외면하거나 배제하지 않고,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며 일거리를 주어서, 제 역할을 하게끔 배려하는 시장 사람들. 그리고 당신 스스로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으면서도, 역시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 딸아이에게 복숭아를 먹이기 위해 밤새 설탕물로 복숭아를 다려서 넥타를 만들었던 이명랑이 스스로 밝히는 아버지. 예전에 짝사랑했던 여자가 운영하는 식당에 매일처럼 들러서 이제는 친근하게 소줏잔을 기울이며 착한 농담을 건네곤 하는 소박한 아저씨. 그리고 이웃들에게 섞이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권을 모두 버리고 기꺼이 함께 삼겹살을 구워먹고 소주를 마시는 우리의 작가 이명랑의 모습까지 참으로 눈물겹도록 착하고 아름다운 존재들이다.

자, 복숭아처럼 물렁하고 연약한 사람들, 하지만 제 안에서 우러나오는 향기로 이 세상을 물들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 속에 펼쳐진다. 이 향기를 마음껏 나눠가지시기를.

 

추천의 말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공부를 하고 시, 소설을 쓰고 두 아이를 길러내고 거기에 바구니치기까지 하는 이명랑은 결코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웃으면서 그래도 살 만하단다. 그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보아 온 시장 사람들의 생활이 그러했으니 오히려 이명랑에게는 남아도는 시간이 더 불편할 뿐이다. 나는 이제 책상에 가만히 앉아 이명랑이 총총히 사라졌던 시장의 뒷골목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가 나온다. 그의 글을 읽는 동안 아이를 낳고도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식당 안으로 들어서던 그의 모습이 여러 번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멋을 내느라 입고 왔던 원피스의 칼라 속으로 보이던 우윳빛 살결의 비밀도 이제야 알겠다. 사방에 널려 있는 과일들이 바로 그 비밀의 열쇠일 것이다.
언젠가 이명랑이 지나가는 말처럼 물은 적이 있었다. 언니, 나 좀 무섭지 않아? 결코 태생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음을 뜻하는 말이었을까. 하지만 나는 선뜻 고개를 내저었다. 거침없는 듯 보이지만, 하나도 힘이 들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가 아는 이명랑은 가냘프고 연약한 여자이다. 그의 영혼은 수십 장의 담요 밑에 있는 콩알 한 개에도 아파하고 흔들린다. 이제 이명랑, 하면 떠오르는 것은 아스팔트에 잘못 날아와 단단히 뿌리를 내린 작은 풀 한 포기이다. 그 풀에서 어떤 꽃이 피어날지 그것이 궁금하다. - 하성란(소설가)

 

본문 속으로 (more)

입구를 가로막고 서서 그녀는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그녀가 그렇게 계속해서 입구를 가로막고 서 있으면 다른 손님을 놓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없이 나는 그녀를 가게 안쪽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가게 한 쪽에 수북이 쌓여 있는 포도 상자들 중에서도 너무 물러서 버리려고 놔뒀던 포도 한 상자를 그녀에게 보여 줬다. 그녀의 행색으로 보아  괜히 입 아프게 떠들어 봤자 물건을 팔아먹기는 틀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먹을 수도 없는 포도를 보여 줌으로써 나는 한방에 그녀를 내쫓고 싶었다. 나는, 이 바쁜 와중에 혹시라도 그녀 때문에 ‘돈 많은 손님’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대답은 의외였다.
“이건 얼만데요?”
손으로 들면 송이가 우르르 무너져 버리는 포도를, 그것도 먹을 수 있는 포도알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도 없는 포도송이를 들고 서서 그녀는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포도를 사겠다니, 나는 순간 할말을 찾지 못했다. 그녀의 아이들은 가게 바닥에 나뒹굴고 있던 썩은 사과 한 개를 놓고 서로 먹겠다고 싸우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나는 더욱 할말을 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