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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숲'을 아시나요? 2020년 9월호
 
'시끄러운 숲'을 아시나요?

“오늘은 내가 시끄러운 숲에 데려가 주지.”


일요일 오후까지 한참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 남편이 대뜸 시끄러운 숲 얘기를 꺼냈다. ‘시끄러운 숲이라…. 숲이 시끄러울 수가 있나?’


갑천변의 늘 다니던 길이 아닌 샛길로 빠져 한참을 달려 겨우 차 한 대 지나가는 굴다리를 빠져나가니 생각지도 못한 메타세쿼이아 숲이 펼쳐졌다.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가 갈라지는 회덕분기점 사이에 수십 년 동안 쭉쭉 자란 메타세쿼이아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곳곳에 그네의자도 마련되어 있고, 포토존이라며 멋들어진 원형지붕과 마차도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그곳은 보통의 숲과 달리 무척이나 시끄러웠다. 주변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로 숲은 굉음으로 가득했고, 방정맞게 울부짖는 새까지 푸드덕대며 날아다녔다. 낯설고 기묘한 숲이었다. “여긴 아는 사람만 오겠네. 어떻게 알았어?”


나의 물음에 남편은 실없는 대답으로 받아쳤다. “아는 사람이라서.” 괜한 질문을 했다 싶을 찰나, 새 커플이 숲에 들어왔다. 다들 어찌 알고 오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는데 알고 보니 감성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대덕구 블로그에 소개된 곳이었다. 특히 결혼사진 찍으러 많이들 온단다. 사진엔 소리가 찍히지 않으니 웨딩촬영지로 딱이었다.


 


온갖 소음 속에서도 꿋꿋이 자라 숲을 이룬 회덕 메타세쿼이아길은 마치 내 중심만 잘 잡고 꾸준히 살아나가면 결국 일가를 이루게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도 시끄러운 소리가 끊이질 않는데 이곳에 있으니 내 안이 한없이 고요해졌다. 마음이 시끄러울 때는 경부와 호남 고속도로 사이 ‘시끄러운 숲’에 가보길 추천한다.


이인숙


대전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40대 주부입니다. 1997년부터 샘터를 정기구독했으며 올해로 24년 차가 된 오랜 애독자입니다. 15년 전부터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는데 시어머니와 한집살이를 하며 겪는 에피소드를 SNS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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