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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배드민턴 2020년 9월호
 
슬기로운 배드민턴

부부 사이에 운전은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고 했던가? 우리 부부에게는 운전만큼이나 위험한 게 배드민턴이다. 이상하게도 배드민턴을 같이 치면 꼭 싸우게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체육센터도 휴관을 하고 집에서 먹기만 하는 나날이 계속되니 우리 부부의 몸이 점점 거대해지고 있었다. ‘나중에 빼면 되겠지’라는 생각에 차일피일 다이어트를 미루던 어느 날, 건강검진 결과를 보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단순히 체중만 늘어난 게 아니라 혈압과 혈당이 높았고, 내장지방도 상당했다. 둘 다 대사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대사증후군의 경우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두 배 이상 높이며, 당뇨병의 발병을 10배 이상 증가시킨다고 했다.


그제야 우리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그날부터 우리 부부는 배드민턴을 시작했다. 문제는 둘 다 승 부욕이 어마어마하게 강하다는 것이었다. 점수 차이가 벌어지면 괜히 상대가 꼼수를 부린다며 언성을 높이게 되었다.

“얌체처럼 말고 정정 당당하게 하란 말이야?”

“나 약 올리려고 일부러 내리꽂았지?”


그리하여 우리는 평화롭게 배드민턴을 치기 위해 몇 가지 규칙들을 정했다. 서브는 상대가 받기 좋게 주기, 셔틀콕 내리꽂기 없기, 가상의 네트를 감안해 공은 적당한 높이로 넘겨주기 등등….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기였다. 지더라도 툴툴거리지 않고 상대가 잘했다고 칭찬해주기로 했다. 그렇게 하니 얼굴 붉히지 않고 배드민턴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부부 사이에 자존심뿐만 아니라 승부욕도 내려 놓아야 한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되었다. 초보부부는 아직도 배워야 할 게 참 많다.


유승희


올해 초 결혼한 30대 웹디자이너입니다. 초보 주부로서 열심히 요리하고 먹다보니 급격히 살이 쪘습니다. 외모가 아닌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다이어트를 결심, 매일 저녁 남편과 배드민턴을 치고 있습니다. 조만간 LED야광셔틀곡 등 새 장비도 장만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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