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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애 지도'에 펼쳐진 장벽 없는 세상 2020년 9월호
 
'무장애 지도'에 펼쳐진 장벽 없는 세상

사회적 기업 ‘모아스토리’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은 서울 연남동 지도에는 요즘 인기 높은 식당과 카페들이 꼼꼼히 표시 돼 있다. 겉으로는 평범한 동네 지도처럼 보이지만 이 지도는 조금 특별하다. 지도에 표시된 40여 곳의 ‘핫플’은 모두 입구에 문턱이 없거나 경사로가 설치돼 있어 바퀴 달린 이동수단으로도 편하게 진입할 수 있는 장소들이다.


모아스토리는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지체장애인들을 위해 휠체어로도 편하게 이용 가능한 장소들을 취합해 일명 ‘무장애 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서울 망원동과 연남동, 군산 영화동과 월명동 등 2015년부터 모아스토리가 제작한 지도는 다섯 개. 지도 하나에 표시돼 있는 40여 곳의 장소 중에 직접 가보지 않은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지체장애인과 함께 일일이 다녀보면서 문턱이나 계단이 있는지, 내부가 너무 비좁진 않은지, 화장실 가기가 불편하진 않은지 등을 꼼꼼히 체크해 기준에 부합하는 곳만 엄선했다. 허탕 칠 때도 많지만 강민기(43) 대표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거나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크게 낙담하진 않아요. 장애인도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이라는 인식을 한 번 더 심어준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하거든요.”


모아스토리가 핫플을 탐방하는 과정은 유튜브 채널 ‘이지트립’에 생생히 업로드 된다. 단순한 맛집 탐방기가 아니라 장애인들이 댄스스포츠, 스쿠버다이빙, 스카이다이빙 등 불편한 몸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스포츠 활동을 보란 듯이 해내는 영상들이 눈길을 끈다. 장애에 구애받지 않고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해보고 싶은 것을 마음껏 즐기길 바라며 제작한 영상에서는 신체적인 제약 때문에 하지 못할 일들은 전혀 없어 보인다. 지체장애인들에게 세상으로 나올 용기를 심어주는 모아스토리 의 콘텐츠는 13년 여 다큐멘터리PD로 활동했던 강 대표의 한 가지 바람에서 비롯되었다.


“장애인을 주제로 한 여러 다큐를 만들면서 평등한 사회는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큐멘터리도 엄연히 따지면 제작진의 의도대로 만들어지잖아 요.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의 생각을 더 가감 없이 담는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7명의 상주 직원뿐 아니라 40여 명의 장애인 리포터들과 함께 콘텐츠를 제작 하는 이유도 최대한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서다. 리포터들의 여행기 영상은 물론, 장애인 리포터들의 사는 얘기를 듣는 ‘간딴인터뷰’ 같은 코너들은 장애인의 일상을 보다 면밀히 들여다보고 그들의 삶을 한층 깊이 이해하는 유용한 매개체가 된다.


지체장애인들을 리포터로 고용하면서 자연스레 직업창출까지 실현하고 있는 모아스토리는 수익금의 대부분을 인건비로 사용한다. 아직 무장애 지도의 수요처가 많지 않아 수익은 낮은 편이지만 강 대표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으로부터 프로젝트를 수주 받거나 관련 강의를 해 나가는 등 리포터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기 위해 발 빠르게 뛰고 있다. 

 


모아스토리의 영상 속에는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이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운전석에서 내려와 직접 휠체어를 끌어주는 버스 기사, 음식이 입에 맞았냐며 친절히 배웅해주는 식당 아주머니, 휠체어가 잘 지나가도록 먼저 길을 비켜주는 행인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세상이 모아스토리의 ‘착한 지도’에 펼쳐져 있다.

글 한재원 기자


모아스토리 (www.moa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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