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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내가 가장 빛날 때
'착한 오지랖'이 발동하는 순간 2020년 9월호
 
'착한 오지랖'이 발동하는 순간

나는 엄마를 닮아 오지랖이 넓다. 누군가 길을 물어보면 설명하기 모호한 곳일 경우에 목적지까지 같이 가주고, 어르신이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면 얼른 가서 들어드린다. 비 내리는 날 우산 없이 걷는 사람을 보면 조용히 다가가 우산을 씌워줄 때도 있다.


예고 없는 친절에 당황스러워하는 사람도 많지만 곤란한 상황에 놓인 사람을 그냥 지나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내가 조금만 힘을 보태면 상황이 한결 나아질 테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문제는 그 오지랖이 시도 때도 없이 발동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도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길을 걷던 중 비바람에 떨어진 나뭇가지들이 눈에 밟혔다. 아이들이 넘어지기라도 하면 상처가 얼마나 크겠으며, 혹여 장애인이 탄 휠체어가 부드럽게 나아가지 못해 얼마나 답답할지 마음이 쓰였다. 결국 난 나뭇가지를 하나하나 치우면서 걸어갔다. 이상한 눈초리로 보는 몇몇 행인들의 시선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거리가 깨끗해진 것을 보니 마음이 개운했다


누구나 편하게 다니는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시시때때로 내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입간판이 쓰러져 있는 가게 앞도 다른 이들처럼 피해서 지나가면 그만인데 똑바로 세워놔야 직성이 풀리고, 버려진 쓰레기는 꼭 주워서 쓰레기통에 넣어야 발길이 가벼워진다


내가 생각해도 오지랖이 과한 것 같지만 뻔히 예상되는 타인의 불편을 나까지 모른척하고 싶진 않다. 누가 알아주는 것은 아니지만 내 작은 수고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오지랖이 넓다는 말은 대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착한 오지랖이 발동하는 순간에는 어느 때보다 내가 기특하게 여겨진다.


이지니


작년에 결혼한 새내기 주부입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길 모르는 사람들에게 목적지 찾아주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 사람들을 도우면서 사회에 작은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요즘에는 90년대 노래를 다시 찾아 듣는 즐거움에 빠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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