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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청년들이 알려준 세상 2020년 7월호
 
거리 청년들이 알려준 세상

지난 토요일 오후, 알래스카 앵커리지에 살고 있는 나는 장을 보기 위해 차를 끌고 마트로 향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모두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집에서만 지낸지도 어언 한 달이 넘었다. 하지만 날이 풀려서인지 홈리스들이 거리에 하나둘 나와 있었다. 마침 라디오에서는 홈리스들이 감염에 가장 취약하다는 멘트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나는 본능적으로 자동차 잠금 버튼을 눌렀다.


이때 사거리 한가운데 ‘Hungry’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있는 여자 한 명이 보였다. ‘말끔해 보이는데, 무슨 사연이지?’ 누가 봐도 홈리스 같아 보이지 않는 멀끔한 차림이었다. 좌회전 신호를 받아 돌면서 건너편에 앉아있는 홈리스를 봤다. 그 앞에 두 명의 청년이 홈리스에게 물과 음식을 주고 있었다. 종이를 들고 있던 여자는 이들과 함께 홈리스를 돌보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세 젊은이의 모습이 조금 전 내 행동을 부끄럽게 했다. 나는 혹시라도 홈리스들이 다가올까 자동차 문부터 걸어 잠갔는데 저들은 홈리스 대신 종이를 들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바이러스 때문에 건강한 사람을 만나는 일도 조심하는 이때에 그들은 가장 약한 사람들을 돌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우리 가족만을 생각해왔었다. 그 작은 세계에 갇혀 살던 나에게 거리의 청년들은 마치 커다란 거울을 들고 와 세상을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이웃과 사회적 약자와 함께 살아가는 더 큰 세상을 말이다.


그 장면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노숙자들을 돌봐주던 청년 셋이 나의 삶에 던져준 큰 울림을 잊지 않을 것이다


이세나


미국 알래스카에서 두 아들을 키우는 주부입니다. 중학교에서 ‘Special Education TA’로 일하며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에 감사해하며 지냅니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공원에 나가 자전거를 타고 햇볕을 쬐는 시간이 요즘 제일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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