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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특별하지 않은 보리네 이야기 2020년 7월호
 
결코 특별하지 않은 보리네 이야기

영화 <나는보리>의 주인공 11살 보리는 등교할 때마다 마을 서낭당에 들러 소원을 빈다. 매일 빌고 또 비는 소원은 바로 ‘소리를 잃는 것’. 친구들과 수다 떨기 좋아하고 세상의 모든 소리에 반응할 법한 11살 소녀가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게 해 달라고 비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리는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를 뜻하는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이다. 아빠, 엄마, 남동생 모두 농인이다. 가족 중 유일하게 소리를 듣는 보리는 수어로 소통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자신만 다르다는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나도 들리지 않으면 가족과 가까워 질까?’ 보리는 특별한 소원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실행에 옮긴다.

 

영화 <나는보리>에는 김진유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반영됐다. 실제로 농인 어머니를 둔 감독도 어릴 적 ‘청각을 잃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고, 영화에는 코다로서 겪은 그의 경험들이 녹아들어 있다. 나들이를 갔다가 잠시 한눈을 팔다 부모님을 잃어버렸을 때도 안내 방송을 이용할 수 없었던 일이나 옷 가게에서 자신의 엄마를 벙어리라 칭하는 점원들의 수군거림을 들어야 했던 일은 모두 실제 겪었던 일이다.


하지만 영화는 ‘장애인은 소수자이므로 배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장애의 유무를 떠나 자신과 다른 것 같은 불안감으로 인해 무리에 섞이지 못하는 외로움은 다양한 관계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감정일 것이다. 보리의 이야기는 비단 장애, 비장애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으로 인해 외로워 본 적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영화를 한마디로 정의해달라는 요청에 김진유 감독은 “특별할 것 같지만 결코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전했다. 영화 속에서 보리의 아빠도 보리에게 “네가 들리든 안 들리든 우리와 똑같아”라고 다독인다. 특별하지 않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농인 관람객들도 다 함께 볼 수 있도록, <나는보리>는 한글 자막이 있는 ‘배리어 프리’ 버전으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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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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