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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공감하는 싱클레어의 방황 2020년 5월호
 
어른이 되어 공감하는 싱클레어의 방황

《데미안》을 처음 읽었던 중학생 시절에는 주인공 싱클레어의 상황에 쉽게 공감하지 못했었다. 사회가 옳다 여기는 삶의 방향을 놔두고 굳이 다른 길을 찾는 그의 방황이 불필요하게 느껴져 책을 내려놓았던 기억이 있다.


뮤지컬 <데미안>은 숙제처럼 남아 있던 고전소설의 이해를 적극 돕는다. “병사로 끌려온 젊은이들이 저마다 같은 얼굴로 전투를 벌이다가 죽을 때가 돼서야 자기 얼굴로 돌아간다는 소설 속 구절에서 눈물이 났습니다.” 극본을 쓴 오세혁 작가의 말처럼 세상이 아닌 스스로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권유하는 작품의 메시지가 배우들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2인극 뮤지컬인 <데미안>에서는 싱클레어와 데미안 역을 맡은 두 배우의 카멜레온 같은 연기에서 정체성을 찾는 인간의 고뇌가 여실히 느껴진다. 싱클레어의 두려움과 크로머의 악랄함을 동시에 드러내는 배우 김주연, 데미안의 선량한 미소와 크로머의 악의에 찬 눈빛을 번갈아가며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배우 김현진의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섬세한 연기력이 가장 빛을 발하는 부분은 전체 대사의 절반을 차지하는 독백. 배역의 미묘한 감정이 미세한 떨림에서도 묻어나는 배우들의 목소리는 이 뮤지컬이 가진 가장 큰 힘이다.


원작을 옮겨놓은 듯 문어체적인 대사들을 듣고 있노라면 한 마디 한 마디에 마음속으로 밑줄을 긋게 된다. 그중 싱클레어의 독백 한 마디가 가장 가슴 깊이 남았다. 어쩌면 사회가 원하는 얼굴로 살아가고 있을지 모를 어른이 된 지금에야 싱클레어의 마음에 공감이 간다.


“술 취한 어느 밤, 견진성사 하러 가는 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그 아이는 바로 나였다.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둘 다 가짜였으니까. 무조건 무언가를 믿으려 했던 나도, 무조건 헤매고 취하려고 했던 나도.”


한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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