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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자판기로 충전하는 문학감수성 2020년 5월호
 
자판기로 충전하는 문학감수성

민원업무를 보러 구청을 찾은 날, 차례를 기다리던 중 낯선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가로 33cm, 세로 25cm, 높이 1m 크기의 기기에는 두 개의 버튼이 있었다. 하나는 ‘긴 글’, 하나는 ‘짧은 글’이라고도 표기되어 있었다. 그중 하나를 누르니 영수증 형태 의 종이가 출력되었다. ‘카츄사가 방에 들어오거나…’로 시작되는 톨스토이의 《부활》 한 구절이 적힌 종이였다.


이 기기의 명칭은 ‘문학자판기’. 시민들의 일상에 문학적 감수성을 불어넣어주기 위한 취지로 설치된 기기다. 일찍이 파리, 런던 등 유럽 지하철역에 설치되어 큰 호응을 얻었던 문학자판기가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현재 전국 80여 개 지자체 공공시설 및 도서관, 공항, 지하철, 은행 등에 설치되어 운영 중이다.


문학자판기는 기다림의 시간 동안 스마트폰만 바라보던 사람들을 책과 문학의 세계로 인도해준다. ‘짧은 글’ 버튼을 누르면 500자 이내의 짧은 문구가, ‘긴 글’ 버튼을 누르면 최대 2000자의 긴 문구가 인쇄된다. 윤동주, 한용운, 기형도 등 국내 작가뿐 아니라 헤르만 헤세, 밀란 쿤데라, 괴테 등 해외 작가들의 시, 소설, 수필 2000여 편 등에서 발췌한 구절들이다.


작은 종이에 담긴 구절을 읽는 시간은 불과 몇 분이지만 이를 통해 공감과 위로, 감동을 얻게 된다. 또한 문학자판기를 통해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알게 되어 전문을 찾아보는 경우도 많다. 다음에는 어떤 작품이 나올까 궁금해 버튼을 한 번 더 누르니 이번에는 조수경 작가가 쓴 <오후 5시, 한강은 불꽃놀이 중>의 한 구절이 나왔다. 내게는 생소한 작가와 작품이었고, 뒷이야기가 궁금해 직접 책을 구입해 읽었다. 꽃 자판기, 라면 자판기 등 각종 이색 자판기가 생겨난 요즘, 그중에서도 문학자판기야말로 참 반가운 존재다.


김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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