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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내의 ‘좋은 일’ 2020년 5월호
 
아픈 아내의 ‘좋은 일’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돈이 있어도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일들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따뜻한 마음들이 이어져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란 걸 느낀다. 어느 기초수급자 할머니 한 분은 손수 한 땀 한 땀 기워 만든 면 마스크를 만들어 주민센터에 전달했으며 어린 아이부터 시작해 여기저기에서 마스크를 기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훈훈해진다.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게 방진 마스크는 꼭 필요한 용품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공급이 수월하지가 않아 어쩔 수 없이 빨아 쓰는 면 마스크로 대체를 하고 있다. 하지만 나보다는 병원에 가야 하는 아내가 더 걱정이었다. 아내는 루푸스와 쇼그렌증후군이라는 희귀질환으로 투병 중이다. 아내는 아파 누워 있다가도 내가 퇴근을 하고 귀가하는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밝게 웃으며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며칠 전 지방 현장에서 일을 하다 걱정이 되어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당신 병원 갈 날짜 다 되어가잖아. 그땐 마스크를 써야 할 텐데…. 마스크 구입했어?” 가뜩이나 면역력이 약한데다가 병원에서 전염되는 사례가 많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아내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아니,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이 있을 거야. 더 아픈 사람, 취약계층 노약자들도 많을 텐데 나는 그냥 면 마스크 빨아 쓰면 될 것 같아. 병원 갈 때는 한 겹 더해서 이중으로 끼고 갈 거야.”


그리고 덧붙인 아내의 말에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좋은 일을 하고 싶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아 할 수 없는 처지잖아. 이 정도라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감사한 일이야.”


강재호


인천에서 목수 일을 하고 있는 50대 가장입니다. 힘든 일을 하면서도 글쓰기가 좋아 취미로 일기처럼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긴 인생길을 걸어가면서 글쓰기를 영원한 벗으로 삼으려 합니다. 그 벗과 함께 인생의 희로애락을 논하며 행복한 동행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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