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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소암 환자의 웃음 가득한 투병기 2019년 12월호
 
난소암 환자의 웃음 가득한 투병기

 

“제 병은 자궁이 좋지 않은 친가와 암 환자가 있었던 외가의 가족력이 콜라보된 작품이에요. 바로 난소암으로요, 짜자잔! 그리고 여러분, 오해하지 마세요. 이건 뱃살이 아니라 암입니다. 하하.”


난소암 3기 환자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밝은 모습의 조윤주(32) 씨는 자신의 투병기를 공유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언제나 유쾌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암 진단을 받고 절망했던 과거사를 털어놓을 때도, 간밤에 써놓은 유서를 낭독할 때도, 심판대에 오르는 심정으로 검진 받으러 병원에 갈 때도 그녀는 늘 웃음과 유머를 잃지 않는다.


스스로를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암 환자’라고 소개하는 그녀의 일상은 활기차게 돌아간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취업 및 진로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하는 그녀의 일주일은 대학원 공부까지 더해져 주말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다. 틈틈이 스윙댄스동호회에도 나가 활력을 얻으며 바쁘게 지내다보면 암 환자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하루하루를 즐기게 된다.


“움직여야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스트레스마저 제가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요소지요. 평온하기만 하다면 그거야말로 생명력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지독한 병마의 그늘에서 벗어나 삶을 씩씩하게 꾸려가는 그녀의 모습은 인 생의 고비를 지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나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다. 하지만 언제나 긍정적인 그녀도 종종 불안에 떨며 긴긴 밤을 보내곤 한 다. 아직 암세포가 잔존해 있는 상태여서 3개월마다 검진을 받아야 하는 그녀는 검진일이 다가오면 아직도 쉬이 잠을 이루지 못한다.


“재발이 가장 무서워요. 사람들한테 웃으면서 시련을 이겨내자 해놓고 정작 나는 그럴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져요. 또 다시 위기가 찾아오면 의연하게 견뎌 낼 수 있을지 장담을 못하겠거든요.”


어떤 시련이 닥쳐도 꿋꿋하게 이겨낼 것처럼 보이는 그녀를 자꾸 두려움에 빠뜨리는 것은 과거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이다. 암이 재발했던 3년 전은 투병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시간으로 남아 있다. 꿈 많던 스물넷의 나이에 청천벽력 같은 암 진단을 받았던 순간의 상실감도 그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4년 여 간의 치료를 견딘 후, 완치 판정을 6개월 앞두고 받은 재발 진단은 그녀를 깊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어쩌면 낫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신경안정제를 복용해야 했을 만큼 마음을 병들게 했다. 하지만 1년 정도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스트레스로 인한 부작용들까지 감내하고 나서야 든 생각이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울어봤자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내 방식대로 인생을 즐기자!’


자신만의 행복을 찾기로 결심한 후부터 그녀는 매일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며 미래의 단꿈에 젖어든다. 100여 개의 버킷리스트가 적혀 있는 수첩이 그녀의 보물1호. 요즘 그녀가 가장 이루고 싶은 꿈은 내년 1월로 계획한 베트남 여행 이다. “저는 삶에서 3개월이란 시간만 보장받아요. 그래서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앞뒤 재지 않고 무조건 ‘고(Go)’ 하죠. 평생이란 시간에 비하면 너무나 짧은 3개월이지만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으로 채워갈 거예요.”


꽃다운 청춘에게 병마가 불행만을 가져다준 것은 아니다. 아픈 시간을 통해 삶을 낭비하지 않는 법을 배운 그녀는 다른 사람의 30여 년치 행복이 응축된 값진 3개월을 살아나간다. 현재의 행복을 위해 ‘무조건 Go!’를 외치며 달리는 그녀의 오늘 하루가 밝게 빛난다.



글·사진 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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