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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올해 가장 잘한 일, 못한 일!
시련을 통해 단단해지는 꿈 2019년 12월호
 
시련을 통해 단단해지는 꿈

올해 내게 일어났던 일들을 돌이켜보면 상처가 덧나는 듯 가슴이 싸해지는 사건이 떠오른다. 지난 9월, 초등학교 개학 무렵에 일어난 일이었다. 반 학부형 한 분이 전화를 걸어와 다짜고짜 으름장을 놓았다. “아니, 교실 공기가 얼마나 안 좋으면 애가 개학하자마자 기침을 해요? 병원까지 다녀왔다고요!”


개학 하루 전까지 출장을 다녀오느라 교실 청소를 미처 하지 못한 것이 화근 이었다. 여름방학 동안 창틀 교체 공사가 이뤄져 지저분한 교실에서 개학을 맞 이하게 되어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급한 대로 책상을 물티슈로 닦고 학생들을 맞았는데 다음날 학부모가 교실청결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자식 건강에 관련된 일이다보니 화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지 급기야 담임 교체 를 요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학부형들과 직접 대면하는 자리를 마련해 나 역시 아이들의 건강을 중요하 게 생각하니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씀드렸지만 내 진심이 전달 되지 않는 듯했다. 학부형들의 계속 되는 가시 돋친 말들이 마음속에 아프게 박혔다. 17년 동안 교직생활을 하면서 늘 크고 작은 어려움에 부딪혔지만 그 때만큼 가슴이 아팠던 적은 없었다. ‘마음은 따뜻하게, 행동은 떳떳하게’라는 생각으로 참교육에 힘써왔던 지난날의 노력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듯했다. 결국 그 일은 6개월 정직 처분으로 마무리 되어 나는 잠시 교단에서 내려오게 되었다.


지금 나는 반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담임 으로서 학부형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지 못한 내가 후회스럽지만 보다 큰 교 육자로 성장하는 계기로 삼아보려 한다. 학생은 물론, 학부형의 마음까지 세심 히 헤아리는 교사로 다시 교단에 설 꽃피는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김둘영


경북 칠곡군에 있는 약목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았던 53세 교사입니다. 공부, 걷기, 글쓰기 등에 빠져 휴직 기간을 알찬 재충전의 시간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내년 3월에 복직을 하면 마음을 읽어주는 교사로 남은 교직생활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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