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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PD의 유재석 병장 구하기 2019년 10월호
 
김태호PD의 유재석 병장 구하기

 

복귀를 앞둔 김태호 PD는 많은 고민 앞에 놓였다. 주변의 기대는 높은데 마땅한 길이 안 보였다. 휴식기간 동안 놓친 경쟁 채널의 예능 트렌드도 따라잡고,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방송 관련해 국내외를 오가며 열심히 연구했다. 적자에 허덕이는 MBC는 자사 최고 인기 콘텐츠인 <무한도전>의 재오픈을 원했다. 이런 부담 속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기획을 다지고 또 다졌다.


그 지난한 기획과정 속에서 김태호 PD의 유일한 목표는 ‘유재석 살리기’였다. 오롯이 유재석을 위한 새로운 예능이 목표였다. 그런 이유를 들어 예전과 크게 달라지기 어려운 <무한도전2>는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유재석을 아무런 형식도, 고정 출연자도, 심지어 촬영 현장에 제작진도 없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다 밀어 넣었다.


그렇게 탄생한 프로그램이 바로 <놀면 뭐하니?>다. 유재석은 여전히 ‘유느님’이지만 그의 출연이 곧 성공으로 보장되는 시대는 끝났다. 넘치는 에너지로 방송을 하던 강호동이 갱년기에 걸렸다며 인간적인 눈물을 보이고, 호통 개그의 창시자 이경규가 낚시터에서 동생들에게 치일 때, 유재석은 일상과 방송을 철저히 구분하고 메인 MC가 절대자가 되어 마에스트로처럼 웃음을 지휘하는 <무한도전> 이전의 쇼버라이어티 시대의 예능으로 회귀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추리>나 <놀면 뭐하니>의 ‘조의 아파트’도 그런 그의 의견을 반영해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이다.


김태호 PD에 따르면 유재석은 지금도 <엑스맨>과 <동고동락> 같은 게임버라이어티 예능을 가장 선호한다고 한다. 그런 탓에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호감도도 유효하지만, <무한도전> 전성기 이후 유재석은 출연자의 인간적인 매력, 친근감이 주요 재미요소가 되는, 소위 말하는 ‘요즘 예능’과 점점 거리가 멀어졌다.


그래서일까. 김태호 PD는 목표를 자신의페르소나인 유재석의 반등으로 잡았다. 유재석은 시청자들에게는 그 누구보다 선한 ‘유느님’이지만 그가 추구하는 웃음의 방식에 대한 철학이 워낙 확고해 방송가에선 가장 함께하고 싶지만 또 가장 대하기 어려운 인물로 꼽힌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는 이 단단하게 생성된 ‘유느님’의 캐릭터에 바람을 빼려고 갖은 수를 쓰는 게 방송의 전부다. 어떤 울타리도 없다. 심지어 유재석에게 직접 카메라를 쥐어주기까지 한다.


체계도, 주제도, 아무것도 없는 열려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바로 이 관점에서 <놀면뭐하니?>를 바라보면 흥미롭다. 제작진이 출연자에게 카메라를 맡기는 ‘릴레이카메라’는 인터넷 개인방송을 차용해 방송촬영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어버린다. 그러면서 유재석이 가장 꺼리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나 일상의 스케치가 들어온다. 특히 아들 이야기에 반응하는 유재석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다.


또한 그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조적인 멘트도 곧잘 내뱉는다. “예전엔 촬영할 때 카메라 30대가 따라다녔는데 지금은 망해서 2대로 줄었다”거나 ASMR이라며 국내 최고 방송진행자가 유튜버를 따라 한다. 유느님이 된 유재석이 보여주지 않던 자조적 개그다. 유재석이 배운 드럼 비트 위에다 뮤지션들이 음악을 쌓아 올리는 ‘유플래시’에서는 예전과 다른 비교적 거친 언사와 고약한 면모도 눈에 띈다.


유재석을 다시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는 지점인 유재석 몰래 만들기. 그것이 무정형의 예능 <놀면 뭐하니?>의 핵심이다. 형식의 실험보다 중요한 미션이 ‘유느님’ 캐릭터를 흔들고, 유재석에게 일상과 삶이 묻어나는 캐릭터를 입히는 것이다. 김태호 PD라면 유재석이 국민 MC ‘유느님’의 다음 버전으로 나아가게 만들 수 있을까? <놀면 뭐하니?>는 가히 흥미로운 프로젝트다.


글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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