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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나이 차를 극복한 우정
열다섯 살 많은 푸른 눈의 룸메이트 2019년 10월호
 
열다섯 살 많은 푸른 눈의 룸메이트

9년 전 여름, 육군 장교로 전역한 나는 곧장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전역해 뿌듯했지만 휴식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했다. 재충전을 위해 발 디딘 그곳에서 얻은 최고의 활력소는 직장 동료인 존이었다.


브리즈번에 있는 한 리조트에서 일하며 만난 존은 나보다 열다섯 살 많은 형 이었다. 한국문화에 유독 관심이 많았던 그와 난 금방 가까워졌다. 방탄소년단 처럼 세계적인 아이돌 가수도 없을 때였는데 한국의 어떤 문화가 그를 매료시 킨 건지 궁금했다. 서로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했던 우리는 금세 친해질 수밖 에 없었다. 일과 후 석양으로 물든 바다를 바라보며 맥주 한잔을 나누던 순간들 을 생각하면 지금도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씻기는 기분이다.


마음 맞는 동료와 즐겁게 일해서인지 6개월의 근무 기간이 눈 깜짝할 새 지 나갔다. 영어강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시드니로 떠나면서 존을 다시 못 볼 것 같아 무척 섭섭했다. 하지만 기쁘게도 존과 다시 함께할 기회가 찾아왔다. 3개월의 수료과정을 마친 뒤 거처를 정하지 못한 내게 그가 동거를 제안해온 것이다. 동양인을 향한 시드니 현지인들의 냉담한 태도에 상처를 받고 있던 터 라 존의 제안이 얼마나 따뜻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고마운 마음을 안고 다시 날아간 브리즈번에서 존과 함께 쌓은 추억들은 지 금도 세세히 기억날 만큼 소중하게 남아 있다. 같이 맥주를 만들어 숙성되기까 지 한 달을 기다렸지만 맛이 없어서 좌절했던 일, 존이 만든 김치가 너무 매워 눈물 흘렸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멀리 떨어져 있는 존의 얼굴을 SNS에서나마 볼 때면 오래 전 이방인에게 베 풀어준 따뜻한 정이 느껴진다. 우리가 다시 만나는 날이 온다면 예전처럼 맥주 한잔 기울이며 그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로 가득 채우고 싶다.



황석현


호주에서 귀국한 후 전기안전공사에 입사해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호주에 갔을 때는 미혼이었 지만 서른넷이 된 지금은 9월에 돌을 맞는 딸아이의 어엿한 아빠가 되었습니다. 그리운 존에게 사랑스 런 딸과 예쁜 아내를 소개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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