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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가 사는 법
튀어야 사는 트로트가수의 반전매력 2019년 10월호
 
튀어야 사는 트로트가수의 반전매력

트로트가수 윤수현(32)과 2년째 함께 일하고 있는 매니저 박광영 씨는 그녀 의 쾌활한 성격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다 스스로 그녀의 광팬이 됐다고 말한다. “수현 씨가 어찌나 에너지가 넘치는지 밤늦게 행사 마치고 지방에서 올라올 때 면 재밌는 얘기나 노래로 내내 즐겁게 해줘요. 제가 정말 무뚝뚝한 편이었는데 수현 씨랑 일하면서 성격도 외향적으로 바뀌었어요.”


매니저의 칭찬처럼 인터뷰 자리에서도 연신 성대모사나 유머러스한 말솜씨 로 분위기를 띄우는 윤수현의 해피바이러스는 요즘 세대 불문하고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트로트 곡 <천태만상>을 부를 때 더 강하게 퍼져나간다. 신명 나는 멜로디와 랩처럼 빠른 박자가 어우러진 곡의 특징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 특유의 재치 넘치는 퍼포먼스가 더욱더 흥을 돋운다. 무대 위의 그녀는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을 보여주는 데 거리낌이 없다. 간주가 흐르는 동안 재기발랄한 표정을 짓거나 노래 중간중간 코믹한 추임새와 춤사위로 웃음을 유발한다. 무대뿐 아니라 예능프로에서는 화려한 입담으로 좌중의 폭소를 터뜨리고, 길에 서 만난 팬들에게조차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친근하게 다가서는 그녀는 어느 자리에서나 시선을 끄는 사람이다.


“왜, 자신을 내려놓는다고 하잖아요. 저는 트로트가수로 활동하면서 멋있게 보이고 싶은 욕심을 내려놨어요, 하하. 관객과 조금이라도 친해지는 게 먼저죠. 품위 있는 가수도 좋지만 정감 가는 가수가 되고 싶거든요. 이런 제게 댄스 트로트 <천태만상>은 찰떡궁합인 노래죠.”


아무리 곡 분위기에 맞는 무대 연출을 위한 것이라 해도 신세대 여가수가 예뻐 보이고 싶은 욕심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을 텐데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망 가져도 괜찮다는 그녀의 용기는 소시민을 향한 각별한 애정에서 비롯된다. 그녀의 인기곡들은 대대적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이 진가를 알아봐 준 노래들이어서 그녀는 대중에게 늘 감사한 마음이 먼저 떠오른다. <천태만상> 은 청소년들이 따라 부르는 영상을 SNS에 올리며 유명해졌고, <꽃길>은 노래 교실에서 즐겨 불리며 입소문을 탔다. 크게 빛을 보지 못했던 1집 수록곡들이 5년 만에 국민 애창곡으로 등극한 데는 최근 전국적으로 트로트 열풍을 불게 한 TV프로 <미스트롯>의 인기도 작용했다.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하지는 않았지만 트로트 장르 자체가 인기를 얻으며 그녀의 노래도 재조명됐다. 하지만 그 녀는 트로트를 자꾸 듣고 싶을 만큼 사람들이 지쳐있었을 것이란 쪽에 더 무게를 둔다. 노동의 고달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4년 전 TV프로 <6시 내 고향>의 리포터로 활동하며 고기잡이, 농사 등 온갖 일을 다 해본 그녀였다. 특히 우렁이 잡기는 노동의 고달픔을 가장 절실히 느낀 경험이었다. “뙤약볕에 몇 시간 동안 허리 굽히고 일하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몰라요. 그때 생각했죠. 생업을 일구는 과정이 이렇게 고되구나 하고요. 1년 동안 전국을 돌며 지역 특화 업종들을 체험하면서 노동의 가치를 깨달았어요.” 치열한 삶의 현장 한가운데에서 땀 흘린 경험은 공감이라는, 트로트가수 에게 꼭 필요한 소양을 갖추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힘들지 않은 직업은 없다는 사실을 몸소 배운 그녀는 성실히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애환을 즐거운 트로트 한 곡조로 달래주고 싶은 마음이 더욱 크다.


자신의 음악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는 그녀는 아무리 작은 무대도 마다하지 않는다. 작년에 목축업을 하는 한 가족을 위해 펼쳤던 공연은 그녀에게 인상적인 추억으로 남아있다. 축사 맨바닥에서 전문 음향장비도 없이 가정용 블루투스 마이크 하나만으로 공연해야 했던 열악한 환경에서도 그녀는 최선을 다해 노래했다. 1시간 동안 에너지를 쏟아 공연을 마친 그녀에게 새롭게 힘을 불어넣어 주었던 건 “평소 윤수현 씨 노래 들으면서 즐겁게 농장 일을 하고 있다”는 어르신의 한마디였다. 어느 무대에서든 관객의 호응에 금세 에너지가 충전되는 그녀는 예정된 공연 시간을 넘기기 일쑤. 20분 공연 예정이었던 최근 평창의 한 전통시장 개장식에서는 앙코르 요청에 힘입어 1시간 넘게 무려 열네 곡이나 열창하며 상인들과 한데 어우러져 무대를 즐겼다.


항상 흥겨운 모습으로 무대에 오르는 윤수현은 즐거운 삶에 방해가 되는 요 소들을 완전히 배제해놓고 사는 사람처럼 보인다. 가령 반드시 이뤄야 할 목표 나 피나는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실력 등은 그녀의 관심사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녀는 두 가지 모두 철저히 추구하며 살아온 반전매력의 소유자다. 대학 시절, 2007년 MBC <대학생 트로트 가요제> 대상, 2008년 KBS <전국노래자랑> 최우수상 수상을 계기로 많은 연예기획사에서 러브콜을 받았을 때도 이를 모두 고사했던 건 자신이 원하는 가수 상(像)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트로트 전문기획사에서 제대로 교육받아 실력 있는 트로트 가수가 되고 싶었던 그녀는 당시 장윤정, 박현빈 등이 소속돼 ‘트로트 명가’로 통하던 인우기획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취업률이 높았던 보건학 전공도, 서류전형까지 합격했던 종합편성채널의 아나운서직 2차 면접도 모두 포기했다. 대신 직접 이름과 연락처를 써서 만든 명함을 들고 행사 관계자들을 찾아다녔고, 무대의상을 담은 배낭을 짊어지고 혼자 먼 지방까지 내려가 공연 일정을 소화하며 억척스러울 정도로 열심히 이력을 쌓았다.


 

 

“마침내 목표했던 기획사에 들어가 1집을 냈는데 세월호 참사가 터졌어요. 나라가 큰 슬픔에 빠졌던 당시에 제가 설 수 있는 무대는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활동을 1년 동안 못했죠. <6시 내 고향> 리포터도 사실 그때 공백기 메우려고 한 일이었어 요. 본업에서 벗어나 초조하긴 했지만, 무대에 다시 설 날이 오리라 굳게 믿고 견딘 덕에 요즘처럼 좋은 날도 맞이한 것 같아요.”


오직 원하는 목표만 바라보고 달렸던 열정은 유명 트로트 가수가 된 지금도 식을 줄 모른다. 하루에도 몇 군데씩 지방을 다녀야 하는 빡빡한 공연 스케줄이라고 해서 컨디션을 핑계 삼을 그녀가 아니다. 모든 공연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두 달 전 집 근처에 연습실까지 따로 마련하는 열의를 보인 그녀는 지금도 하루가 멀다 하고 늦은 시간까지 노래 연습에 매진한다.


 

 

데뷔 전부터 각종 가요제에서 수상하며 가창력을 인정받았지만 보다 깊은 목소리의 울림을 위해 연습을 멈추지 않는다. 묵묵히 실력을 갈고닦아 공연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그녀이기에 “음악 위장을 튼튼하게 만들어 어떤 분위기의 트로트도 잘 소화하고 싶어요”라는 말이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노래 실력으로 무대를 완성하겠다는 다짐의 말로 들린다. 노래 연습뿐만 아니라 모니터링도 빼놓지 않는 그녀는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늘 귀담아듣는다. 미세하게 음이 이탈된 부분이나 어색했던 춤동작을 가감 없이 짚어주는 엄마의 조언은 물론이고 친구들이나 소속사 관계자들에게도 부지런히 의견을 구해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나가는 노력파 가수 윤수현. 치열하게 내공을 쌓으며 공연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열정이 그녀를 ‘밝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가수’로 만들어가는 중이다.


무대 위의 늘 익살스러운 모습에 그녀의 진지한 고민과 부단한 노력은 쉽게 가려져 버릴지 모른다. 그럼에도 밝은 에너지를 전파하기 위해 평범한 무대보 다는 개성 넘치는 공연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갈 계획인 그녀는 ‘튀어야 사는 여자’임이 분명해 보인다.


“미소 짓게 하는 트로트를 부르고 싶어요. 꼭 신나는 곡이 아니어도 잔잔한 노래로 위로를 받거나 옛 추억이 떠올라도 미소가 번지잖아요. 어떤 트로트든 기분이 좋아지게 불러드리고 싶어요. 인생에선 결국 모든 걸 털어버리고 한번 웃을 수 있는 여유가 행복을 좌우할 테니까요. 하하하.”


글 한재원 기자 | 사진 최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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