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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나의 특별한 ‘여행 친구’
친절을 베풀어준 이방인들 2019년 8월호
 
친절을 베풀어준 이방인들

말레이시아 최대의 힌두교 성지인 바투 동굴은 근처에 야생 원숭이가 많이 서식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장난기 많은 원숭이들이 손에 쥔 물건을 빼앗아 가 장난을 치며 놀린다는 이야기를 여행 전부터 들어 걱정이 앞섰다.


정말 동굴 주변에는 수많은 원숭이들이 무리 지어 있었다. ‘속죄의 계단’이라 불리는 동굴로 향하는 272개의 계단을 오르는 내내 원숭이들을 예의 주시하며 걸었다. 다행히 별 탈 없이 동굴 입구에 다다를 수 있었지만 동굴을 구경하고 내려오는 길, 원숭이 한 마리가 다가오더니 내 다리를 잡고 이빨로 꽉 깨물었다.


깜짝 놀란 나는 얼어붙은 채 소리만 지를 수밖에 없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눈물이 쏟아져 도망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자 내 주변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누구랄 것 없이 먼저 내게 다가와 생수로 피를 씻어주고, 약을 발라주고, 밴드를 붙여주었다. ‘여행을 가면 많은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게 될 거라 예상하긴 했지만, 이런 뜻밖의 방식으로 만나게 될 줄이야.’ 이들은 생전 처음 본 나를 가까운 친구처럼 보살펴주었다.


어떤 이는 유쾌한 농담으로 날 웃게 만들어 놀란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고, 어떤 이는 혹시 필요할지 모르니 가져가라며 내 손에 연고를 쥐어줬다. 낯선 여행지에서 맞닥뜨린 위기 속에서 기꺼이 친절을 베풀어준 이방인들이 참으로 고마웠다.


바투 동굴에서의 사고로 낯선 외국인들과 순식간에 친구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됐다. 그 덕에 어디건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나를 웃게 해주고 마음을 안정시켜주었던 친구들. 이처럼 따뜻한 마음을 나눌 줄 아는 이들이 있기에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 두렵지 않다. 어디를 가도 그곳에는 나의 특별한 여행 친구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휘연


35세의 워킹맘으로 회사일과 육아 스트레스를 독서와 글쓰기로 다스리고 있습니다.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독서모임 활동이 지친 몸과 마음에 큰 위안이 됩니다. 일과 병행하는 육아가 벅차게 느껴질 때가 많지만 하루하루 커가는 아이를 보며 멋진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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