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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쿡방의 뒤를 잇는 신개념 집방 2019년 8월호
 
먹방·쿡방의 뒤를 잇는 신개념 집방



 

윈스터 처칠은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라고 했다. 공간을 쓰는 건 사람이지만 뒤집어 말하면 공간이 그 사람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그래서 연예인의 살림을 들여다보는 관찰 예능이 수년째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구가 중이고, <한끼줍쇼>처럼 이웃의 집을 구경하는 콘텐츠까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예능이 공간에 주목하게 되는 건 결국 사람이 보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라는 호기심과 ‘저기서 산다면 어떤 즐거움이 있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이 결합되어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다. 여기에 실질적 생활정보를 전달하는 예능이 탄생했다.


MBC <구해줘! 홈즈>는 의뢰인이 원하는 예산과 조건에 맞춰 연예인들이 방송을 통해 살 집을 찾아서 보여주는 이른바 ‘집방’ 예능이다. 집을 지어봤거나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 경험이 있는 김숙, 노홍철, 박나래 등의 고정 출연자와 게스트들이 발품을 팔아 의뢰자가 원하는 집을 찾아주는 대결을 펼친다. 지난 설 연휴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등장해 호평을 받으며 3월 말 정규편성된 이후 회를 거듭할수록 좋은 반응과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구해줘! 홈즈>는 자산의 영역인 매매거래보다는 전월세 위주의 실거주 목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기존 부동산TV의 콘텐츠와는 다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구해줘! 홈즈>를 보는 재미가 배가된다. 그간 우리가 뉴스나 방송을 통해 들어온 부동산은 대부분 자산가치가 높은 대단지 아파트를 의미했다. 그런데 예산에 맞는 실거주할 집을 다루다 보니 원룸, 타운하우스, 빌라, 나홀로아파트, 땅콩주택, 다세대 구옥부터 시작해 정말 다양한 모양과 특이한 스타일의집을 구경할 기회를 제공한다.


출연자들이 발품을 팔아 여러 집과 동네를 구경하면서 마주하는 변화된 가치를 알아가는 것도 또다른 재미다. 다양한 형태의 주거환경은 여러 가지 일상을 상상하게 만드는 재료이며 현재 이 땅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상황을 담는 그릇이기도 하다.


이러한 간접경험을 통해 집을 자산으로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공간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제안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집은 누구나 필요로 하고 집 구하기는 누구나 겪는 상황인 데다, 남의 집 구경은 언제나 흥미로운 법이다. 입지만큼이나 테라스나 경관을 중시하고, 건식 화장실을 추구하는 등의 인테리어 경향, 허름한 외관의 구옥을 근사하게 바라보는 시선 등 오늘날 변화된 주거 문화 트렌드를 되짚어볼뿐 아니라 여러 동네의 분위기와 시세도 알아볼 수 있다.


출연자들이 직접 집을 둘러보는 장면에서는 이사 갈 집을 볼 때 확인해야 하는 몇몇 노하우도 배울 수 있어서 유용하다.


<구해줘! 홈즈>의 호평 때문일까. 지난 5월말 EBS에서도 ‘집방’ 콘텐츠인 <방을 구해 드립니다>가 방송을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의뢰자의 집을 찾아주는 콘셉트인데, 연예인들이 발품을 팔아 예산 범위 안의 집을 구하는 <구해줘! 홈즈>와 달리 연예인 진행자와 부동산 전문가, 자산관리 전문가가 한 조를 이뤄 부족한 자금을 융통하는 방법, 전세자금 대출을 활용하는 여러 방법들에 대한 설명과 조언까지 덧붙이면서 집을 골라준다는 점이 차이다.


갈수록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고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발을 붙이고 사는 게 녹록지 않은 오늘날, 살만한 집을 구해주는 콘텐츠는 TV로 즐기는 부동산 임장에 그치는 게 아니라 괜찮다는 위로가 담겨있다. 집방 예능의 정서적 충족은 단순히 집 구경의 재미에 머무는 것을 넘어서 비교적소액으로 근사한 집을 찾을 수 있다는 위안에 있다. 즉, 오늘날 <구해줘! 홈즈>가 보여주는 집방은 어렵고 부족하지만 발붙이고 살만한 공간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리는 일종의 토닥임이자 요즘 세상이 필요로 하는 희망 찾기의 현실 버전이다.



글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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