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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주인은 누구인가 2019년 4월호
 
내 삶의 주인은 누구인가

 

 

 

모처럼 외국의 유명 산으로 스키를 타러 갔다가 낭패를 봤습니다. 휴대전화가 주머니에서 빠져나와 깊은 눈(雪) 속으로 사라져버린 것이지요. 그때부터 걱정이 눈덩이처럼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전화가 없으니 통화가 필요할 때마다 지인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메일이나 SNS도 확인할 수 없고, 기가 막힌 풍광(風光)과 맞닥뜨려도 사진 찍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요.


난생처음 휴대전화를 분실한 저에겐 난감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올 한 해 중요한 약속들을 제 기억 속에는 담아놓지 않고 휴대전화에만 기록했었습니다. 평소 기억력이 나쁜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아들아이의 전화번호도 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또 휴대전화에 저장된 귀중한 사진들! 돌아가신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 외할아버지 사진, 아이들과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몽땅 하얀 눈 속에 파묻혀버렸으니…. ‘왜 휴대전화를 스키 탈 때 들고 나왔는지, 속주머니에 잘 넣어둘 것이지!’ 후회와 자책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저를 눈 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러니 비싼 경비를 들여 즐기자고 온 스키 여행에서 오히려 걱정거리만 한 짐 지게 된 것이지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휴대전화가 내 삶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구나. 기껏 손바닥만 한 기계가 내 삶을 좌지우지할 만큼 휴대전화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삶에 익숙해져 있구나. 내 삶의 주인은 당연히 나라고 자부하고 살았었는데….’ 이참에 휴대전화 없이 살아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아무래도 그건 안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는 편할지 모르지만 가족과 회사, 친구들이 불편할 테니까요. 그래도 이번 기회에 다만 며칠씩이라도 휴대전화 없이 사는 모험을 할 것 같습니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라는 믿음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발행인 김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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