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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회사원이 된 아내 2019년 4월호
 
새내기 회사원이 된 아내

 

 

얼마 전 아내는 오랜 ‘경단녀’ 생활을 청산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결혼과 함께 직장을 그만둔 지 30년 만이라 아내는 몹시 감격스러워 했다. 아내의 업무는 지자체에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소개해주는 것이었다.


자기 일을 갖게 된 아내가 대견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선 걱정이 앞섰다. ‘30년 동안 살림만 하다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얼마나 낯설고 힘들까. 게다가 누군가에게 딱 맞는 일자리를 소개한다는 게 쉬운 업무도 아닐 텐데….’ 인력을 필요로 하는 수백 군데의 사업체를 돌아다녀야 하고, 방문 조사한 내용을 일일이 서류로 작성해야 한다기에 출근을 말린 것도 잠깐, 아내는 내 걱정이 무색하게 직장 생활에 금방 적응했다.


아침잠이 많은 아내가 새벽 같이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을 보니 마음이 좀 놓인다. 가끔은 화장을 마치고 거울 앞에서 “나는 잘 할 수 있다. 아자, 아자!” 하며 주문을 외우기도 하는 아내는 자신의 일을 단순한 소일거리가 아니라 잠재돼 있던 능력을 펼칠 기회로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직장 생활이란 게 어디 즐거운 일만 있겠는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데도 퇴근하자마자 컴퓨터 앞에 다시 앉아 늦은 시간까지 조사서를 작성하는 뒷모습이 안쓰러울 때도 있다. 아내가 피곤함도 참아가며 일을 해나가는 이유 중에는 아마 경제적인 문제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내가 정년퇴직을 하고부터 전보다 줄어든 수입으로 살림을 꾸려가느라 근심하던 아내의 표정이 내 기억에 아프게 남아 있다.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해온 고마운 사람. 이제 조금이나마 집안 걱정은 내려놓고 일하는 보람으로 또 다른 행복을 맛보았으면 좋겠다. ‘여보, 사랑하는 남편도 곧 힘을 보탤게. 그때까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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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효

30여 년의 공직 생활을 마치고 새 직장을 찾고 있는 늦깎이 취업 준비생입니다. 일하는 아내의 짐을 덜어주고자 집안일을 돕고 있는 요즘, 집이 깨끗하다는 아내의 칭찬에 행복을 느낍니다. 딸의 공무원 시험 합격과 아내와 함께하는 여행이 인생의 버킷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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