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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의 기술
잠에 빚진 사람들을 위한 휴식법 2019년 2월호
 
잠에 빚진 사람들을 위한 휴식법


 

 

요즘처럼 춥고, 밤이 긴 겨울이면 따뜻한 이불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특히 주말이면 주중에 부족했던 잠을 보충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이불 속에 몸을 더욱 깊이 파묻게 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잠을 많이 자야 피로가 풀린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해가 중천에 뜨도록 침대와 한 몸이 되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휴식의 질을 높이는 교육 준비로 적절한 수면 시간에 대해 서술한 《숙면의 비밀(Secrets of Sleep)》을 읽으며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접했다. 책의 저자인 스위스 취리히대학의 알렉산더 보벨리 교수는 규칙적으로 8시간 정도 잠을 자는 사람에게 일주일 중 4일은 4시간만 자고, 3일은 8시간을 자도록 하는 실험을 실시한 결과, 4일 동안 4시간씩 자더라도 하루만 평균 수면 시간만큼 자면 부족한 잠이 벌충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일과 공부,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수면 시간의 데드라인은 4시간이다. 그렇다면 4시간보다 적게 잠을 자면 어떻게 될까? 수면 빚(Sleep debt)이 생긴다.


돈이 부족하면 빚을 져야 하는 것처럼 잠자는 시간이 부족하면 수면 빚이 생긴다. 하지만 수면 빚에는 고맙게도 이자가 없다. 삼 일 동안 4시간만 잤어도 그동안 부족했던 수면 시간을 채우려고 평상시보다 12시간을 더 자지 않고 보통 때처럼 8시간 정도만 자면 수면 빚이 사라진다. 부족했던 잠을 보상받겠다는 생각으로 무리하게 늦잠을 잔다면 오히려 생활 리듬이 무너질 수 있으므로 적절한 수면 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삶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수험생들이 금과옥조처럼 지키는 ‘4당 5락(하루 4시간만 자면 입시에 성공하고 5시간 이상 자면 실패한다는 말)’은 이런 과학적인 사실에 기초해서 나온 듯하다.


“몸은 일어났는데 정신이 돌아오지 않아서 비몽사몽 일하는 날이 많아요. 아무래도 잠이 부족해서 피로가 누적된 게 아닐까요?” 잠이 깨지 않아 몽롱한 정신을 짧은 수면 시간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기자로 일할 때, 마감 기간이면 며칠 동안 새벽까지 원고를 정리하느라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마감을 겨우 마친 뒤 사우나에서 6시간 넘게 꿀잠을 자고 개운하게 씻고 나와도 사무실에 돌아와 자리에 앉으면 무지막지한 졸음이 밀려왔다. 나름 꽤 오래 잤는데도 며칠 잠을 설친 탓인지 머리가 무거웠다. 졸음에 자리를 뺏긴 내 정신은 점심을 먹은 뒤에 비로소 제자리로 돌아왔다.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잠을 적게 잔 날, 맑은 정신으로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아침에 깨자마자 밥을 먹었다. 조선 시대에는 아침밥과 저녁밥 두 끼를 먹는다고 조석(朝夕)이라고 했는데, 정식으로 조반을 먹기 전 새벽 4시쯤 일어나 흰 죽이나 율무로 만든 죽을 먹었다. 서양에서도 잠에서 깨기 위해 식사를 했다.


아침식사를 뜻하는 영어 단어 ‘Breakfast’는 긴 밤의 단식(fast)을 끊는다(break)는 의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리 몸은 아침 식사로 밤새 비어 있던 속을 채우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할 준비를 한다.


학창 시절, 모처럼 일요일을 맞아 피로를 달래려 늦잠을 청하고 있을 때면 어머니는 늘 “밥 먹고 다시 자!”라며 단잠을 깨우곤 하셨다. 하지만 보통 밥 먹고 다시 자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밥을 먹고 바로 잠을 자는 능력은 2세 전후 영아기를 지나면서 퇴화한다. 돌이켜보면 어머니는 이런 사실을 알고 밥을 먹이고 정신도 차리게 하려고 하셨던 건 아닐까 싶다.


잠을 많이 자지 못한 날일수록 아침밥을 잘 챙겨 먹는 것이 컨디션 회복에 좋다. 꼭 밥이 아니더라도 간단히 요기를 하면 정신이 맑아진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새삼 어머니가 참 현명하셨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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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수

한국산업훈련연구소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강의하면서 자기계발 콘텐츠의 중요성을 실감했습니다. 자기계발, 경제, 인문, 사회 분야의 디지털 콘텐츠를 기획하고, 책, 웹진 등에 글을 씁니다. 지은 책으로는 《휴식, 노는 게 아니라 쉬는 것이다》《일머리 공부머리 똑똑한 머리 만들기》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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