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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늘아, 네 덕분에 행복했다 2019년 2월호
 
며늘아, 네 덕분에 행복했다

 

시골에 계시는 시아버님의 혈압이 70까지 떨어져 응급실에 실려 가셨단 얘기에 가슴이 덜컥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게이트볼 장에도 나가시고, 김장김치에 수육보쌈을 해드리면 맛있게 드시던 아버님인데 80대 중반에 접어드신 올여름부터 부쩍 기력이 떨어져 힘들어하시더니 결국 일이 터지고 만 것이다.


검사 결과 폐암, 췌장암 4기에 길어야 3개월 정도밖에 더 사실 수 없단 진단이 내려졌다. 병원에 입원하신 뒤로 아버님은 벌써 한 달이 넘게 진통제로 하루 하루를 겨우 버티고 계신다. 자식이 되어 그런 아버님께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다는 게 안타깝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다.


주말마다 혹시 입맛에 맞는 게 있으실까 하는 기대로 종류별로 죽을 쑤어 찾아뵌 지 어느덧 7주가 되어간다. 감기가 들면 폐렴으로 악화될 수 있어 위험하다기에 샤워 대신 내가 직접 따뜻한 물을 타월에 적셔 머리, 얼굴, 목, 손가락, 발가락을 하나하나 닦아드리면 “아이고, 시원하데이!” 하시며 희미하게 웃으시는 아버님….


이제는 죽도 잘 넘기지 못하셔서 스프와 미음, 진통제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아버님은 40킬로그램이 채 되지 않는 왜소한 몸으로 하루하루 극심한 통증을 참아내고 계신다. 며칠 전 “살 만큼 살았으니 이젠 여한도 없다. 효진이 애미가 우리 집에 와줘서 고마웠고, 네 덕분에 행복했다”고 하시는 말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며느리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리를 한 것뿐인데, 그 당연함을 언제나 그렇듯 고맙게 생각해주시는 아버님이 감사했다.


통증이 밀려올 때면 “이제껏 남들한테 못할 짓 한 번 한 적 없는데, 내가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 되느냐”며 힘들어하시는 아버님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주말마다 나는 아버님께 기적이라도 나타나길 기도하며 병원을 찾는다.


부디, 아버님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덜하길 오늘도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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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애

20대 남매를 둔 50대 중반의 엄마로 의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꿈꿔온 작가의 꿈을 놓지 않고 취미 삼아 글을 계속 써온 덕분에 주변 사람들이 ‘김작가’라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암으로 투병 중이신 아버님 간병에 최선을 다하는 며느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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