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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을 견디며 배운 마음 2019년 2월호
 
층간소음을 견디며 배운 마음


새 아파트로 이사 오기 전 살던 지방 소읍의 오래된 아파트는 주말마다 이 집 저 집에서 보수공사가 벌어져 드릴로 콘크리트 바닥 뚫는 소리가 멈출 날이 없었다. 직장 때문에 주중에 서울에 머물던 나는 잘 몰랐지만 아내가 겪는 소음 스트레스는 장난이 아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골칫거리는 윗집의 부부싸움이었다. 한밤의 적막을 깨고 들려오는 물건 던지는 소리, 귀를 찢는 듯한 고함소리, 아이들의 울음소리….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어 민원이라도 제기하려는 나를 아내는 한사코 뜯어말렸다.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 이웃끼리 서로 이해하고 넘겨요.” 1년 전 지금의 신축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가장 기뻤던 건 층간소음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정은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아랫집에서 두 마리나 되는 강아지가 24시간 내내 컹컹 짖어대는 소리에 신경이 곤두섰다. 이번에도 “아파트에 살면서 그러려니 해야죠. 우리가 좀 참아요” 하며 나를 말리는 아내 때문에 참고 넘어갔다.


그런데 며칠 후 적막강산 속처럼 느긋하게 주말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는데 관리실에서 연락이 왔다. “아랫집에서 민원이 들어왔는데 지금 그댁에서 쿵쿵뛰는 소리가 들린다네요.” 우리 집에서 나는 소음이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불쾌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공연한 시비였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싸움이 이렇게 빚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 우리는 이웃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세상에 살게 되었을까. 층간소음 문제를 겪으며 나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지려 노력하게 됐다.


‘그래, 우리 손주들이 와서 시끄럽게 뛰어놀면 아랫집도 무척 스트레스였겠지!’ 집집마다 그럴 만한 일이 있을 거라고 여기니 요즘은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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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우

젊은 시절 군에서 파일럿으로 복무했고, 5년 전 정년퇴직한 이후에는 젊은이들을 가르치며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집에서는 사랑받는 남편, 두 딸의 아버지, 쌍둥이 손자의 할아버지로서 하루하루 작은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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