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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겨울밤의 군것질 추억
진한 우정의 어묵탕 한 그릇 2019년 2월호
 
진한 우정의 어묵탕 한 그릇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지난해 1월, 남자친구가 군에 입대했다. 1학년 때부터 캠퍼스 커플이었던 남자친구를 떠나보낸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었다. 부산 집에 잠시 내려가 있고 싶어도 아르바이트 때문에 꼼짝 없이 서울의 자취방에서 지내야만 했다. 연일 이어지는 기록적인 한파에 몸까지 움츠러들어 일이 끝나면 집에 와 이불을 덮고 누워 있기만 할 정도로 만사에 의욕이 없었다.


“날도 추운데 뭐해? 잠깐 나와, 소주나 한잔하자.” 늦은 밤, 같은 과 친구 영지에게 전화가 왔다. 오랜만에 친구가 보고 싶기도 하고 이런 날씨엔 뜨끈한 어묵탕에 소주가 제격이라는 솔깃한 제안에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는 근처 포장마차를 찾아갔다.


“너 남자친구 군대 가고 폐인처럼 지낸다고 과에 소문이 자자해. 진혁이 없다고 세상이 끝나니? 우리도 있는데 섭섭해.” 술김에 진심을 고백하는 친구의 말에 그동안의 생활을 돌아보았다. 언젠가부터 친구들보다는 남자친구가 우선이었던 나.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는 친구들 말에도 늘 남자친구와 선약이 있다며 다음을 기약하곤 했다.


한두 번 거절하면 다음부턴 말을 꺼내지 않을 법한데도 친구들은 항상 나를 챙기며 진한 우정을 보여주었다. 따끈한 어묵을 호호 불어 먹으며 친구들과의 우정도 남자친구와의 사랑만큼 소중하다는 걸 새삼 깨

달았다. 그날 이후 영지는 종종 우리 집 근처에 와서 전화를 했고, 우리의 우정은 함께 나눈 술잔만큼 깊어져갔다.


올겨울에도 우린 눈물이 찔끔 나도록 추운 날이면 어묵탕에 소주를 마시며 긴긴 밤을 수다로 지새우고 있다. 영지는 장난처럼 말한다.


“진혁이 제대하면 난 또 뒷전으로 밀리겠지?” 나는 어묵 한 꼬치를 친구 입에 넣어주며 대답한다.

“우리가 먹은 어묵이 몇 갠데, 그럴 리가 있니? 걱정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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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라

고향인 부산을 떠나 서울 소재의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내년엔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가서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보려고 합니다. 아르바이트와 영어 공부로 바쁜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지만 친구와의 소주 한잔이 생활의 활력이 되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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