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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겨울밤의 군것질 추억
짠순이 엄마의 영양빵 사랑 2019년 2월호
 
짠순이 엄마의 영양빵 사랑

 

엄마는 전형적인 짠순이였다. 삼 남매를 키우시면서 알사탕 하나 사주신 적이 없을 정도였다. 아버지가 퇴근길에 과자 두어 봉지를 사 오시면 “그 돈이면 두부가 몇 모인데!” 하고 핀잔을 주시곤 했다. 하지만 세 끼 밥만으로 먹성 좋은 삼 남매의 식욕이 채워질 리 없었다. 짠순이 엄마도 이를 아셨는지 가끔은 긴 겨울 밤 헛헛한 배를 달래줄 영양빵을 만들어주시곤 했다.


연탄아궁이에 코팅도 제대로 되지 않은 프라이팬을 올린 뒤, 기름을 두르고 밀가루 반죽을 쏟아 솥뚜껑으로 덮어놓으면 반죽이 부풀어 오르며 먹음직스러운 빵이 만들어졌다. 겉은 노릇노릇 고소하고 속은 쫄깃쫄깃한 영양빵은 삼 남매의 군것질에 대한 욕구를 한꺼번에 해소해줄 별미였다.


빵이 다 익기까지 텔레비전을 보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우리는 빵이 완성되자마자 뜨끈뜨끈한 빵이 수북이 담긴 쟁반에 와르르 달려들었다. “너는 왜 빵 껍질만 먹어?” “내가 언제? 빵 속도 먹고 있단 말이야!” 하면서 한바탕 신경전이 벌어지는 것은 다반사였다. 우리는 좀 질펀하면서 야채가 질근거리는 빵 속보다는 과자처럼 바삭바삭한 껍질의 식감을 좋아했다.


이를 아셨는지 알뜰한 어머니도 빵을 구우실 때만은 기름을 아낌없이 넣으셨다. 밀반죽에 당근과 고구마, 양파를 적당히 다져 넣어 달착지근하면서도 칼칼한 맛을 내는 엄마표 영양빵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요즘도 빵집에서 파는 빵엔 별로 손이 가지 않는다.


이제 팔순을 바라보는 엄마는 ‘범뇌하수체기능저하증’을 앓고 계신다. 비록 더 이상 빵을 구워주실 수는 없더라도, 사다 드리는 빵이라도 맛있게 드실 만큼 건강을 회복하셨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오늘처럼 한파가 몰아치는 추운 밤이면 투박하면서도 부드러웠고, 밍밍하면서도 달콤했던 엄마의 따끈한 영양빵

이 유난히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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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

인천에서 나고 자랐으며, 중국 북경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요즘엔 오랫동안 병상에 계신 어머니, 어머니의 곁을 홀로 지키시는 아버지 생각에 걱정이 많습니다. 몇 해 전 건축가를 꿈꾸는 딸아이와 함께 여행한 이야기를 담은 《왕슈 건축을 만나다》를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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