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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없는 길 2019년 2월호
 
길 없는 길

 

 

아주 오래전 경험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산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 한 번은 설악산 정상에서 오색약수터로 내려오는 길이었고, 또 한 번은 오대산 꼭대기인 노인봉에서였습니다. 일행들에 뒤처진 저는 지름길을 선택했습니다. 한두 시간 내에 해가 저물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지요.


그때만 해도 나름 산 다람쥐 소리를 들을 정도로 날렵했고, 여러 차례 가본 산행이라 자신이 있었습니다. 나침판은 없었지만 어느 쪽이 남쪽이고 북쪽인지, 계곡 쪽인지 알아 대충 길이 보이면 그 방향으로 가로질러 갈 수도 있겠다 싶었지요.


하지만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이었습니다. 과신(過信) 혹은 오만(傲慢)! 자신 있게 달려 내려간 길에는 10미터 절벽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시 길을 찾았더니 누군가 지나친 흔적이 보였지만 웬걸, 거긴 더 험했습니다. 점차 날은 어두워지고 숨도 찼습니다. ‘어, 랜턴도 없고 먹을 물도 다 바닥났는데….’ 점차 조바심이 앞서기 시작했지요.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서부터 길을 잃었을까? 돌아가자. 처음 지름길을 택했던 그 갈림길로!’


정말 다행이었지요. 그때 만약 되돌아가지 않고 잘못된 길을 고집했다면 지금 이런 추억담을 들려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 이후 제 마음에 새긴 교훈이 하나 있습니다. ‘만약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낀다면 처음으로 돌아가라. 그게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요즘 세상이 어지럽습니다.


길 없는 길을 차분히 걷는 것도 아니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달려가는 형국입니다. 이럴 때 ‘갈 때까지 가보자’는 막무가내식 생각보다는 처음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이고,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냉철히 판단하는 지혜가 절실합니다. 우리의 앞길에는 생각보다 많은 암초와 절벽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발행인 김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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