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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에게 · 독자에게
행복했던 43년 外 2016년 4월호
 
행복했던 43년 外

 l 편집자에게 l


행복했던 43년



저는 스물다섯이던 1973년 7월부터 <샘터>를 읽어 온 평범한 아줌마 독자입니다. 그해 여름 어느 날 광주 버스터미널 신문 가판대에서 한 권에 150원 하던 작고 예쁜 <샘터>를 처음 만났습니다. 이름에서 내 고향 시골의 옹달샘이, 맑은 물이 퐁퐁 솟는 마을 앞 샘이 생각났어요.


내 기대를 뛰어넘는 알찬 내용들이 너무 반가웠습니다. 그날 이후 <샘터>는 사람을 기다릴 때도 쉴 때도 고마운 벗이었습니다. 샘터에 실린 글을 인용한다는 이유로 유식하고 유머 있고 속이 꽉 찬 여자로 칭찬받기도 했지요. <샘터>에 푹 빠져 어느 해인가는 지인들 몇 분에게 1년씩 보내주기도 했답니다.


샘터의 가치는 그 값을 몇 배나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순간 글 써주시는 분들이 너무 뵙고 싶어 당장 서울로 올라가고 싶었던 적도 많았답니다. 저를 울렸던 영화 <오세암>의 원작자 정채봉 선생님, 늘 푸근하시던 법정 스님, ‘가족’이란 글을 연재하시던 최인호 작가님, 여운이 남은 글로 기억되는 장영희 님, 언젠가부터 마음 안에 들어와 계신 법륜 스님…. 중간에 비슷한 유형의 다른 책들이 나왔지만 샘터를 능가할 수는 없었습니다. 70을 바라보는 지금도 <샘터>에서 좋은 글을 읽으면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편집자들이 더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언젠가 선물이라도 들고 잡지사를 방문해 감사 말씀 드리고, 저 나름으로 칭찬이라도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맛있는 인절미를 해갈까, 찰밥을 들고 갈까? 영광의 모싯잎떡을 보낼까? 이 궁리 저 궁리만 하다 몇 년이 지났네요.


저는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을 가진 사람입니다. 돈이 조금이라 어려운 이들을 만나면 마음껏 베풀지 못하는 게 조금 아쉽지만 욕심 부리지 않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건강한 몸, 사랑하는 가족, 주변의 좋은 인연에 감사할 뿐입니다. <샘터> 또한 제게는 그런 존재입니다.




박양순 (서울 동작구)







l 독자에게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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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창간 46주년 기념호를 준비하면서 창간호를 다시 찾아봤습니다. 화려한 필진들의 글은 진솔하면서도 박력 있고, 아름다우면서도 우리 내면의 자존감을 일깨워주고 있었습니다. 백인숙 씨의 ‘도나스 냄새’란 글은 당시 이 땅의 순백한 청춘들이 어떻게 땀 흘렸는지, 겸손한 마음을 갖게 했습니다.


어쩌면 쟁쟁한 필자들의 글보다 이런 분들의 꾸밈없는 음성이 우리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모릅니다. 46년 전의 글이 아직도 숨 쉬고 눈을 뜨고 있었습니다.


산속의 외로움마저 사랑하게 만드는 법정 스님의 글과 달음박치는 아이의 손끝에 물든 꽃물처럼 순수함을 형상화해내는 이해인 수녀님의 글은 샘터라는 글밭의 보석이었습니다. 최인호 작가의 연재 소설 ‘가족’은 삶의 쓸쓸함과 행복을 함께 안을 수 있는 법을 알려주었고, 장영희 교수의 문학으로 빚어낸 유려하면서도 깊이 있는 에세이는 읽는 순간을 축복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1970년 기운차게 닻을 올린 <샘터>는 푸른 바다를 거침없이 항해하는 범선처럼 자신감을 얻었고 그동안 독자 분들의 사랑을 넘치게 받았습니다. 지난 46년을 훑어보면서 <샘터>의 마르지 않을 원천(源泉)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손정미 편집장 jmsohn@isamto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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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어느 한 분야에 깊이 천착해온 분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차곡차곡 쌓이고 쌓인 지식과 경험이 어느 순간 자기 삶에 대한 통찰과 관조로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이번호 취재를 위해 만났던 엄홍길 대장이나 최두리 원장이 제게는 그러했습니다. 확실히 존경받을 만한 사람에게는 자기 연륜이나 삶이 드러나는 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향기에 취하게 해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종원 기자 ljwon69@isamto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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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쯤 전입니다. 김연수 작가의 <청춘의 문장들>을 읽고 한 친구가 떠올라 그 책을 선물했습니다. 그 책으로 가까워진 우리는 가장 소중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지금 저는 <샘터>를 들고 여러분께 바짝 다가가려 합니다. 독자와 기자라는 틀을 허물고 <샘터> 하나로 서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아름다운 인연을 맺길 꿈꿉니다.


조연혜 기자 yhyh@isamtoh.com






* 지난 3월호 ‘미술관 산책’에 소개되었던 작품의 저작권자는 이응노 미술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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