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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글쓰기
글쓰기에 독서가 중요한 이유 2016년 4월호
 
글쓰기에 독서가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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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독서가 중요한 이유




“도대체 글쓰기는 언제 가르쳐줄 건가요?”

제 연재물을 읽어주시는 분들이라면 이런 불만을 가지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글쓰기 요령은 전혀 말해주지 않고 글쓰기 노트를 준비하라, 블로그를 만들어라, 이런 주문을 하더니 이젠 책을 읽으라고 하니까요.


혹시 중국영화에서 이런 장면을 보신 적이 있지 않으십니까? 무술을 배우러 갔더니 기술은 안 가르쳐주고 허구한 날 물만 긷게 하거나 빨래를 시키곤하지요. 처음에는 일부러 고생을 시키려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게 아니라는 게 나중에 드러납니다. 물을 긷거나 빨래를 짜다 보면 생기는 근육은 알고 보니 싸움의 기술을 연마할 때 꼭 필요한 것이었지요. 근육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필살기를 연마해도 상대에게 타격을 주기 힘들지 않겠어요?


글쓰기 노트를 준비하고 블로그를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것들이 선행돼야 글쓰기 방법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을 한 가지만 꼽으라면, 서슴없이 독서라고 대답하겠습니다. 도대체 책의 어떤 면이 글을 잘 쓰게 만드는 것일까요?


피겨선수가 되려는 꿈을 가진 소녀가 있다고 칩시다. 좋은 코치를 구할 형편이 못 된다고 한다면 그 소녀가 해야 할 일은 과연 무엇일까요? 유명선수의 경기장면을 보면서 그 동작들을 따라 해보는 게 아닐까요? 글쓰기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유명작가들이 쓴 글을 보면서 그 글들을 따라 해보면 저절로 글을 잘 쓰게 됩니다.


저는 나이 서른에 <소설 마태우스>라는 책을 냈습니다. 책을 냈다고 라디오에 나갔는데, MC를 보던 분이 제게 이런 질문을 던지더군요. “이런 책은 도대체 왜 쓴 거예요? 중학생도 쓰겠던데.” 그 책의 수준이 낮았던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전 그때까지 책과 담을 쌓고 살았거든요. 전 그 책으로 인해 저의 현주소를 깨달았고, 그 뒤부터 독서에 매진했습니다. 매달 열 권 이상 책을 읽는 게 저의 목표였습니다. 한 권을 읽을 때마다 달력에 표시했더니 목표의식이 생겨서 더 열심히 읽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10년쯤 지나자 정말 놀랍게도 제가 글을 잘 쓰게 된 겁니다. 많이 봐야 잘 쓴다고, 글쓰기에 관한 모든 책이 독서를 강조하는 건 너무도 당연합니다.


독서의 효과는 단순히 문장이 매끄러워지는 데 그치는 게 아닙니다.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을 인용하면 글이 한층 더 격조 있어집니다.


예를 들어보죠. ‘지금은 구두쇠로 변했지만, 그는 원래 베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무엇이 그를 변하게 만들었을까?’ 이렇게 쓴다고 해도 별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이 쓰면 어떨까요? ‘무엇이 그를 산타클로스에서 스크루지로 변하게 만들었을까?’ 앞의 문장보다 훨씬 더 멋져 보이지 않습니까?


이런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크리스마스 캐롤>을 읽어야겠지요. 가로등 불빛이 흐르는 거리를 묘사하면서 다음과 같이 쓰면 어떨까요? ‘광장 전체가 우윳빛이었다. 마치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백야>의 한 장면처럼.’ 그냥 우윳빛이라고만 하는 것보다 <백야>를 언급하니 그 광경이 눈에 선하게 들어오지 않습니까? 멋진 문장의 한 요소가 멋진 인용이고,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이 시점에서 그 책을 인용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어떤가요? 책을 읽자는 마음이 생기지 않으셨나요? 언제 책을 읽느냐, 바빠죽겠다,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은 안 계신가요? 바쁜 현대인들이 책 읽을 시간을 내는 건 쉽지 않습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걸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하루 2~3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합니다. 정말 꼭 필요해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걸까요?


그중 한두 시간만이라도 책에 양보해주실 수는 없을까요? ‘스마트폰 대신 책을!’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마음에 새겨야 할 구호입니다.






서민_ 글 쓰는 기생충 박사입니다. 단국대 의과대학에서 기생충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못생긴 외모 콤플렉스를 벗어나려고 글쓰기를 시작해서 10여년의 혹독한 훈련 끝에 <서민의 기생충 열전> <노빈손과 위험한 기생충 연구소> <서민적 글쓰기> 등의 책을 썼습니다.


서민 교수가 10년간 터득한 글쓰기 노하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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