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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ㅣ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날, 생일
당신을 만나는 날 2014년 3월호
 
당신을 만나는 날



특집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날, 생일

 

번듯한 생일상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기억해준다면,
그것이 태어난 축복일 테니까요.
자그마한 촛불 하나 켜고
여기,
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당신을 만나는 날


5년 전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편집을 맡았던 책의 제작까지 무사히 마치고 가뿐한 기분이었다. 책에 그림을 그려준 화가의 전시회에 들르기 위해 꽃바구니를 들고 버스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휴대전화에 낯익은 번호가 떴다.
“언니가 조금 전에 세상을 떠났어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뭐라고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떡해, 어떡해.” 이 말만 반복했던 것 같다. 황망히 전화를 끊고, 곧 출간될 책의 저자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회사 대표를 비롯해 여러 사람에게 알렸다.

그 책은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었고, 돌아가신 그분은 장영희 교수님이었다. 위독하신 줄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더 버텨주실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장영희 교수님이니까. 희망을 버리는 것은 죄악이라고, 희망은 운명도 뒤바꿀 수 있을 만큼 위대한 힘이라고 말씀하신, 아니 온몸으로 보여주신 분이니까.

교수님은 이번 책에 실을 원고를 보내주실 때도 다음 책 이야기를 하시지 않았던가. 병상에서도 원고를 꼼꼼히 검토하고, 추천사는 어떤 분에게 부탁할지, 제목을 인용한 시인에게 허락은 받았는지 일일이 점검하셨다.

그날 저녁 나는 생일상의 미역국 대신 장례식장에서 눈물 섞인 육개장을 먹었다. 그날 이후 매해 생일이면 나는 장 교수님 추모 미사에 참례한다.  

교수님은 책에서 새뮤얼 버틀러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잊히지 않는 자는 죽은 것이 아니라고. 내 생일은 내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 계신 교수님을 다시 만나는 날이다. 교수님은 삶 앞에서 늘 솔직하셨다. 살고 싶다고 하셨고, 실제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사셨다. 생일날이면 교수님을 떠올리면서 내게 주어진 선물 같은 이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을 추스르게 된다.   

이미현_ 6년간 월간 샘터의 기자로 일했고, 지금은 샘터 단행본팀에서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5월 9일, 장영희 교수의 5주기를 앞두고 다시 기념 도서 출간과 추모 낭독회 진행을 맡아 분주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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