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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내게 알려준 것 2014년 2월호
 
아픔이 내게 알려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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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내게 알려준 것



요즘 우리 집이 너무 조용해 사람 사는 것 같지가 않다. 항상 큰소리치며 집안을 시끄럽게 하던 남편의 건강이 안 좋기 때문이다. 평생 감기 한번 안 걸리던 남편이 얼마 전, 환갑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뇌경색 증상으로 구급차에 실려 갔다. 부산 동의의료원에 입원해 치료받으면서 환갑을 맞았다. 그런데 그날 오후, 뇌혈관 검사를 받으러 검사실에 들어갔다가 지혈이 되지 않아 무려 세 시간이 넘어서야 나왔다. 남편은 거의 초주검 상태였다. 그래도 남편은 큰 고비를 잘 이겨냈다. 난 그날따라 자주 누는 남편의 소변을 받아내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행히 호전돼 열흘 만에 퇴원했지만 남편은 유모차나 지팡이 없이는 못 다니고 나에게 큰소리도 못 친다. 나를 힘들게 할 때는 미웠는데, 몸이 아파 큰소리도 못 치고 할머니처럼 유모차나 지팡이에 의지해 간신히 걸어 다니는 남편이 참 안쓰럽다. 환갑치레를 톡톡히 한 우리 남편. 하루 빨리 건강을 되찾아서 사람 사는 것처럼 집안이 시끄러웠으면 좋겠다. 

윤필혜(경남 밀양시 무안면 중산리)


눈앞이 자꾸만 흐릿하게 보여서 안과에 갔더니만 백내장이란다. 내친 김에 수술을 받기로 했다. 수술 후 20여 일 동안 세수도 삼가야 하고, 눈이 가려워도 절대 비벼선 안 된단다.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달간 주의사항을 지켰다. 그런데 평소에는 집에서 간단한 샤워 정도만 하던 내가 갑자기 왜 그리 목욕탕엘 가고 싶으며, 눈은 어찌 그리 가렵던지 혼이 났다.
드디어 한 달째, 거즈를 떼어낸 뒤 목욕하고 바라본 세상은… 아, 이렇게 아름답고 새로울 수가! 눈앞에 펼쳐진 선명하고 뚜렷한 풍경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수술 덕도 있겠지만, 한 달 넘게 보고 씻는 즐거움을 맛보지 못했기에 겨우 깨달은 아름다움이었다.
그동안 내 눈은 세상에 찌들어 욕심만 좇던 게 아닐까? 수술로 시력을 되찾은 지 반 년여, 간혹 다시 욕심을 좇게 돼 부끄러울 때도 있다. 그래도 일상의 행복을 느낄 때면 생각한다. 백내장 수술은 영혼의 수술까지 겸하는 게 아닐까, 하고.

장광조(경남 창원시 북면 월계리)


85세의 엄마가 갑자기 쓰러지셨다. 뇌출혈이었다. 다행히 의식은 있지만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신다. 영영 걸어 다니지 못하시면 어쩌나 겁이 나 잠이 오질 않았다. 그런데 엄마는 곁에서 깊은 숨소리를 내시며 주무신다. 그 숨소리를 들을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목소리를 알아듣고, 같은 침대에 누워 내 체온을 느끼실 수 있다는 게 너무나 감사했다.
활엽수의 운명을 부러워했던 적이 있다. 화려한 단풍을 뽐내다가 추위가 찾아오면 추한 모습 안 보이고 깨끗하게 삶을 마감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병실에 엄마를 남겨둔 채 오랜만에 출근해서 정원을 돌아보니 갑자기 찾아온 겨울 풍경이 쓸쓸하기 이를 데 없다. 그나마 군데군데 선 침엽수들이 헐벗은 정원에 생기를 주고 있다. 새삼 침엽수에게 고마웠다.
그래,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면 얼마나 비통한 눈물을 쏟았을까? 지금이야말로 지극한 사랑을 엄마에게 쏟을 기회다. 사랑할 시간이 남았음에 감사하다.

이영자(경기 가평군 아침고요수목원)


얼마 전 딸이 영상 디자인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해보겠다고 했다. 딸아이는 열심히 할 거라며 즐거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아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회사 이사가 일을 잘못했다고 심하게 욕을 했다고 한다. 딸아이는 울음을 터뜨리며 그만두겠다고 했다. 난 처음엔 맞장구를 쳐주다가 “슬프지만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친구들보다 일찍 경험한 것뿐”이라고 위로했다.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간혹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지만, 그것조차 두렵지 않을 때 진정한 어른이 된다고도 말했다.
조금 후에 다시 전화가 왔다. 도장을 새기러 종로에 갔는데 관상도 좋고, 이름도 좋다는 말을 들었다며 한껏 들뜬 목소리였다. 딸은 제법 단호하게 끝까지 한번 해보겠다고 했다. 그것은 용기이고 희망이며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내 마음 한구석에서 짠한 감정이 올라왔다. 그래 얼굴도 예쁘고, 이름도 뛰어나고, 훌륭한 내 딸아. 장하다. 아빠가 너를 위해 힘찬 박수를 보낸다.
 
박춘우(강원 횡성군 횡성읍 읍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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