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궁리
행복일기
샘터시조
 

 

Home > 월간샘터 > 이달의샘터
옛이야기 속 사람 人
판도라의 상자 2014년 2월호
 
판도라의 상자



옛이야기 속 사람 人

판도라의 상자

애벌레의 시간을 거쳐야 나비가 된다 



준비 땅! 한 해의 시작점에 다시 한번 서 있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설렘과 함께 불안감도 동반한다. 잘할 수 있을까, 잘돼야 할 텐데… 소망이 깊으면 불안도 함께하는 것이 진리다. 그러나 시작은 분명, 불안보다 희망과 더 친하다.

뭔가 이루기 위해 준비하고 기도하는 마음, 작정도 많고 계획도 많은 마음, 그래서 온통 설레고 벅찬 마음이 희망이다. 그러고 보면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희망을 품고 사는 그 시간이 아닐까? 아직 이루지 못했기에 설렘이 있는 시간이 가장 황홀한 인생의 클라이맥스는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판도라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판도라가 전해주는 신화의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희망.


제우스는 신의 세상에서 불을 훔쳐다 인간에게 준 프로메테우스에게 잔인한 벌을 주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제우스보다 프로메테우스를 더 존경하는 인간들에게, 그리고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에게도 벌을 내리고 싶었다. 제우스는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를 불러 명령을 내렸다. “여신의 모습을 닮은 인간 여성을 만들도록 하라.” 제우스의 명령을 받은 헤파이스토스는 진흙을 이겨 여신의 모습을 닮은 인류 최초의 여성을 만들었다.

신들은 그녀에게 자신이 가진 가장 고귀한 것을 선물했다.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달콤한 교태와 애잔한 그리움을, 지혜의 여신 아테나는 베 짜는 기술을, 음악의 신인 아폴론은 고운 노래로 사람의 애간장을 녹이는 재주를 주었다. 다른 신들도 그녀에게 많은 선물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모든 선물을 다 받은 여자’라는 뜻의 판도라가 탄생했다.

아름다운 판도라의 모습에 만족한 제우스는 그녀에게 다가가 상자를 내밀었다. “신들의 왕인 내가 내리는 선물이다. 하지만 절대 이 상자를 열어보면 안 된다.” 제우스는 아름다운 여인 판도라를 프로메테우스의 아우인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냈다. 어리석은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에게 한눈에 반해 그녀를 아내로 맞았다.


판도라는 에피메테우스와 한동안 행복한 날들을 지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판도라는 제우스가 준 상자를 열어보고 싶은 호기심에 견딜 수 없었다. 절대 열어봐선 안 된다는 제우스의 경고가 떠올랐지만 ‘저 상자 안에 도대체 뭐가 들었을까?’ 판도라의 궁금증은 날이 갈수록 더해만 갔다.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판도라는 제우스가 준 상자를 열고 말았다. 그때였다. 상자 속에 들어 있던 슬픔, 미움, 고통, 시기, 질투, 공포, 의심, 증오, 질병, 가난, 전쟁 등 온갖 나쁜 것들이 모두 튀어나와 세상 밖으로 흩어졌다. 깜짝 놀란 판도라가 황급히 뚜껑을 닫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하지만 상자 속에는 딱 하나 남은 것이 있었다. 판도라가 급히 상자를 닫는 바람에 빠져나가지 못한 것은 바로 희망이었다. 그 후 인간은 수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겪으며 살아야 했다. 그러나 희망만은 간직하게 되었다.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일에 실패해서, 사랑을 잃어서, 병에 걸려서… 마음이 힘든 이유는 많다. 단언컨대 삶이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런데 신화 속의 판도라가 아주 많이 미안한 얼굴로 전해준다. 지금의 실패는 스쳐가는 아주 작은 바람이라고, 그 바람이 지나가면 햇살의 구간이 꼭 찾아올 거라고….

지금까지 내세울 것 없는 삶을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뭔가 세상을 향해 내보일 수 있을 거라는 믿음, 지금은 울고 있지만 웃을 날이 올 것이고, 지금은 고단하지만 즐거운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 인생에선 그렇게 대 역전, 대 반전이 이뤄지기도 한다는 점이 살아가게 하는 에너지가 되어준다. 그래서 어느 시인은 이렇게 시를 썼나 보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고,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고,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이라고. 


송정림_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소설과 라디오 드라마를 집필하였고, 이후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서 20여 년간 텔레비전 드라마와 라디오 방송 원고, 소설을 집필해왔습니다. <명작에게 길을 묻다> <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하라> <내 인생의 화양연화> <감동의 습관> 등 문학, 신화, 영화, 인생 다방면의 주제를 따뜻한 문체로 이야기하는 책들을 냈습니다.


‘옛이야기 속 사람 人’에서는 신동흔 교수(한국 구비문학)와
송정림 작가(그리스 로마 신화)가 격월로 돌아가며
동서양의 옛이야기 속에 담긴 인지상정(人之常情)과 삶의 지혜를 전해드립니다.



 
다음글이 없습니다.
이전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