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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기차여행
설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014년 2월호
 
설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사시사철 기차여행 | 겨울 눈꽃열차


설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영동선 심포리역 인근의 모습.

지금은 선로 이설로 기차가 다니지 않는다.


 

이름부터 낭만적인 ‘눈꽃열차’는 겨울이라 주춤해진 여행 본능을 깨운다. 눈꽃열차는 무궁화호나 새마을호처럼 열차를 부르는 호칭은 아니다. 그렇다고 기차여행 상품도 아니다. 눈이 많이 내릴 때 운행하는 열차를 통상 눈꽃열차로 불러왔지만, 지금은 ‘태백산 눈꽃열차’와 ‘환상선 눈꽃순환열차’를 눈꽃열차로 압축할 수 있다. 좀 더 폭넓게 보면 정동진에서 일출을 보고 태백으로 넘어가는 노선까지 포함하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눈꽃열차의 정석은 앞의 두 노선이다. 

            

눈꽃열차는 당연히 겨울에만 즐길 수 있다. 서울 청량리에서 출발해 양평~원주~제천을 거쳐 영월~태백으로 이어지는 노선이 태백산 눈꽃열차, 제천에서 영월~태백~봉화~단양(그 반대로도 운행)으로 순환하는 노선이 환상선 눈꽃순환열차다. 환상선(環狀線)은 루프(고리) 모양의 선로를 일컫는다. 즉 제천에서 영월~태백~봉화~단양을 거쳐 다시 제천으로 둥글게 이어지는 노선을 태백까지만 편도로 가느냐, 순환해서 도느냐가 태백산 눈꽃열차와 환상선 눈꽃순환열차의 차이점이다. 하지만 열차만 타고 열세 시간을 내리 달리면서 주요 구간에서 잠깐 내리는 게 전부인 환상선 눈꽃순환열차는 혹시라도 눈이 오지 않으면 낭패를 당하기 쉽다. 궁금한 ‘눈꽃’은 안 보여, 빵빵한 난방으로 기차는 푹푹 쪄, 결국 “환장하겠네”라는 말을 뱉는 이들을 종종 목격한다. 오죽하면 ‘환장선 열꽃순환열차’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매일 가는 여행도 아닌데, 눈꽃을 보자면 역시 태백산 눈꽃열차가 안전하다.





태백산 천제단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풍경.






2013년 한 해를 사로잡았던 월드스타 싸이의 눈 조각품을 구경하는 사람들







눈썰매를 타고 신 나게 내려오는 이들






당골식당가에서 산채비빔밥을 시키면 기본 찬이 풍성하게 차려진다.

 


겨울이 되면 태백산은 무박 2일 등산객으로 붐빈다. 보통 청량리역에서 23시 25분 열차를 타면 태백역에 2시 52분에 도착한다. 새벽이라 기차에서 내려 태백산으로 가는 교통편은 택시가 유일하다. 태백의 새벽에 잠들지 않는 이가 있으니 택시 기사와 식당 주인이다. 택시는 역 앞에서, 식당 주인은 산 아래에서 손님을 기다린다. 간식을 사는 등산객을 위해 편의점 또한 활짝 열려 있다. 해발 1,567m 태백산 등정은 해발 870m 당골에서 시작한다. 따라서 걱정해야 하는 건 등산이 아니다. 철저하게 준비할 건 방한용품이다.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태백산의 추위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방한복, 목도리, 모자, 장갑, 핫팩은 필수다. 노출되는 피부가 없도록 단단히 싸매야 한다. 거짓말 안 보태고 코에 고드름이 열리는 진풍경은 지금까지 태백산에서밖에 본 적이 없다.

태백산을 내려올 때는 꼭 한번 들러볼 곳이 있다. 망경사다. 망경사 앞마당에서는 비구니 한 분이 컵라면을 판다. 실내도 아니고, 테이블이나 의자도 없이 서서 먹는 라면이지만 이 맛을 보지 않으면 태백산을 오르는 건 헛수고라 할 만하다. 컵라면은 하나에 3천 원이다. 내려온 후에 식사를 한다면 당골식당가로 가면 된다. 태백산 매표소를 지나기 전에 있는 당골식당가는 16개의 식당이 모여 있는 곳이다. 대표메뉴인 산채비빔밥이 8천 원 정도다.
                    

 




등산을 못 해도 태백은 겨울 놀이터로 손색없다. 특히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라면 풍성한 볼거리를 위해 ‘태백산 눈축제(2014년 1월 16일~25일, 033-550-2828)’ 기간을 추천한다. 당골광장에 전시되는 거대한 크기의 눈 조각품이 일단 시선을 압도한다. 작년에는 어린이의 대통령 뽀로로, 강남 스타일로 대박을 터뜨린 싸이 등이 조각품의 모델이었는데 올해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눈 조각품의 상태는 16일 금요일에 가장 좋다. 주말에 밀려드는 사람 손을 타면 녹기도 녹고 너나없이 기대서 사진을 찍는 바람에 훼손이 심하다. 한쪽 팔이 잘린 이순신, 안경이 녹아버린 뽀로로가 싫다면 축제 초반을 노리자. 이밖에 아이들을 위해 눈 미끄럼틀과 얼음 미끄럼틀이 마련돼 있고, 강원도의 특색을 살린 삼엽충 모양의 과자는 눈축제에서만 맛보는 별미다.

두 번 가라면 못 가겠지만, 한 번이라면 갈 만한 석탄박물관도 태백산 안에 있다. 1전시실부터 8전시실까지 꼼꼼히 보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린다. 5천 원(어린이 4천 원)으로 실컷 눈썰매를 탈 수 있는 눈썰매장도 인근에 마련돼 있다. 돌아올 때는 태백역에서 18시 24분 차를 타면 22시 13분에 청량리에 도착한다.

12월부터 2월까지 전세열차의 증편으로 눈꽃열차를 어렵지 않게 탈 수 있다. 다만 개별적으로 표를 예매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눈꽃열차 왕복 승차권과 태백산까지의 연계버스, 태백산 입장료가 포함된 패키지 상품을 추천한다. 5만~6만 원대인데, 개별적으로 사는 것보다 몇 천 원이 비쌀 뿐 크게 손해 보는 건 아니다. 코레일관광개발(
www.korailtravel.com, 1544-7755) 또는 민간 여행사를 통해 신청할 수 있는데, 코레일관광개발 역시 중개업자이기 때문에 결국은 민간 여행사를 이용하는 것이다. 민간 여행사로는 지구투어네트워크(www.jigutour.co.kr, 1566-3055), 아름여행사(www.arumtr.co.kr, 1577-0419)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기차에서 놓쳐서는 안 될 간식 하나를 소개한다. 기차 하면 김밥이나 삶은 달걀, 사이다 등을 떠올리는데 기차 내 ‘부동의 판매 1위’는 빙그레 바나나우유다. 한번 잡숴봐, 그 맛 잊지 못할 터이니.


박준규_ 기차가 집보다 편한 대한민국 1호 기차여행 전문가입니다. 1년에 300일 넘게 기차를 탔고, 지금까지 그렇게 달린 거리는 50만㎞에 이르고 기차 삯으로 4천여만 원을 썼습니다. 취미로 시작한 기차여행은 프리랜서 여행 가이드, 코레일 고객대표, 망상역 명예역장 등의 활동으로 이어졌고 책 <NEW 대한민국 기차여행의 모든 것>을 쓰게 되었습니다. 블로그(traintrip.kr)에서는 친절한 기차여행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시사철 기차여행’에서는 계절마다 기차로 갈 만한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기차여행의 고수 박준규 님을 따라 완행열차와 급행열차를 갈아타며 신 나게 떠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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