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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에 만난 사람
‘어른이 유튜버’의 동심 가득한 세상 2020년 6월호
 
‘어른이 유튜버’의 동심 가득한 세상

 

혹시나 꿈속에서 피터팬을 만나게 된다면 한 번쯤 물어보고 싶었다. 평생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재밌게 바라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네버랜드도, 꿈속도 아닌 현실에서 이 질문을 던질 수 있어 다행이다. 키즈크리에이터 ‘헤이지니’는 영원히 늙지 않을 것 같은 이 시대의 피터팬이다.


요즘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헤이지니가 없었으면 육아가 두 배는 더 힘들었을 것’이라는 말에 금방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엉엉 울다가도 헤이지니의 유튜브 영상을 보면 뚝 그칠 정도로 아이들이 헤이지니를 좋아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마침 여섯 살 딸을 둔 워킹맘 친구에게 물어보니 실생활에서 느낀 생생한 답변이 돌아왔다.


“장난감을 갖고 놀 때 리액션이 굉장히 적극적이야. 아이들 눈길을 끌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이 진짜 재밌어 하는 게 느껴지니까 보는 사람까지 즐거워지더라고!”


키즈크리에이터 ‘헤이지니’로 알려진 강혜진(31)의 유튜브 영상을 보면 장난감을 진심으로 좋아해서 나오는 반응이 무엇인지 금세 알게 된다. 초콜릿 자판기에서 초콜릿을 뽑아 물에 녹이는 단순한 놀이를 하면서도 휘둥그레진 눈으로 탄성을 지르며 마냥 신기해하거나 혼자 자유자재로 목소리를 바꿔가며 병원 놀이에 열중하는 모습 등은 저 사람이 정말 어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천진난만해 보인다.


그녀는 약 230만 명의 구독자수를 기록하며 어린이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유튜버 중의 한 명이다. 장난감 리뷰, 만들기 놀이, 문화시설 탐방 등 카테고리만 20개가 넘을 정도로 다채로운 콘텐츠를 제작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비결이 궁금했다.


“지니가 신나고 즐거워야 아이들도 재밌어해요. 아이들은 감정이 섬세해서 사람의 기분을 금방 알아차리거든요. 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아직까지 장난감이나 만화 캐릭터가 너무 좋기 때문에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장난감 리뷰영상을 제작할 때 그녀는 항상 자신이 흥미로워할 만한 제품인지부터 판단한다. 그녀에게는 한창 유행하거나 협찬 제안이 들어오는 완구조차도 후순위로 밀린다. 스스로 흥미가 생겨 어떤 방법으로 갖고 놀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장난감을 우선적으로 택하는 것이 키즈크리에이터로 롱런해온 비결이다. 영상을 통해 장난감을 처음 접할 아이들처럼 그녀도 처음 만난 장난감을 가지고 카메라 앞에서 즉흥적으로 놀이를 펼친다. 장난감 이름을 잘못 말하거나 작동을 못 시키는 실수도 굳이 편집 작업으로 감추지 않고 여과없이 보여준다.


“지니도 아이들처럼 설명서 읽기가 귀찮아 무작정 손에 들고 놀거든요. 그 과정에서 실수하는 건 아이들도 똑같을 것이기에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어린이들과 감정을 교류하며 친구처럼 노는 시간이라 여기고 촬영하다보니 지니가 더 아이처럼 변해가는 것 같아요.”

 

아이들을 향한 마르지 않는 사랑


자신을 ‘지니’라고 부르는 모습에서부터 아이 같은 면모가 엿보이는 그녀는 일상도 놀이하듯 즐겁게 꾸려간다. 레고 조립, 꽃꽂이, 의상디자인 등 다양한 취미를 갖고 있는 그녀는 여가시간이 생기면 요즘 유행인 넷플릭스나 TV를 보는 대신 취미활동에 할애한다.


최근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한창 히트를 칠 때 ‘그 사랑스러운’ 강하늘이 누군지 몰라 주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을 정도로 TV와는 영 친하지 않은 그녀다. 가만히 앉아 쉬기보단 몸을 움직이며 놀기를 좋아하는 성향은 그녀가 운영하는 키즈 콘텐츠 제작사에 남다른 사내 문화를 정착시키기도 했다. 사무실에서 종종 직원들과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가 하면 저녁 회식 대신 다 같이 극장에 가서 애니메이션을 관람하는 문화는 흡사 회사에 놀러 다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유튜버로 6년 동안 활동하면서 한 번도 실증난 적이 없었어요.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지만 지금부터 잘하면 되지 뭐 하면서 가볍게 넘기려고 하는 편이에요. 생각을 자꾸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다보면 모든 일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볼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많은 어른들이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삶이 훨씬 즐거워질 것이라는 걸 알지만 동심을 간직하며 살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반면에 헤이지니는 아이들을 향한 사랑과 동심이 메마를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길 가는 꼬마만 봐도 안아보고 싶어 안달이었다는 그녀는 지금도 카메라 밖으로 나가 직접 어린이들을 만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한다. 뮤지컬 <헤이지니 럭키강이>를 정기적으로 열어 관객 한 명 한 명과 눈 맞추며 공연하는 것도, KBS MC로 스튜디오에서 어린 친구들과 어울려 노래하며 춤추는 것도 아이들과 더 가까워지기 위한 그녀만의 즐거운 놀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자리를 만들어 어린이들을 만날지 즐거운 궁리를 멈추지 않는 그녀가 기회가 생기면 열일 제쳐두고 달려가는 곳은 소아병동이다. 뇌병변으로 하체가 마비된 다섯 살 아이의 엄마로부터 아이가 헤이지니의 영상을 보며 재활치료를 씩씩하게 이겨내고 있다는 메일을 받았을 땐 대전까지 달려가 빠른 쾌유를 응원해주었다. 또 다른 환아의 어머니로부터 딸이 팬인데 한번 만나줄 수 있겠냐는 연락을 받았을 때도 한달음에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이와 한 시간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헤어지면서 건넨 인사는 다음에 또 보자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 만남이 된 아이와의 추억을 떠올릴 때마다 그녀는 키즈크리에이터로서의 책임감을 느낀다고 털어놓는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게 좋아 시작한 일이지만 아이들과 소통할수록 사명감이 생겨요. 어떤 상황에서든 희망을 잃지 않는 밝은 마음을 갖게 해줘야겠다는 사명감이요. 하이톤 목소리를 내는 이유도 초반에 제 원래 목소리로 촬영했더니 아이들이 아프냐며 걱정을 하더라고요. 목소리만으로 아이들의 기분을 가라앉힌다는 걸 알고부터는 밝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해요.”

 

 

아이들에게 웃음을 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재밌게 놀 준비가 되어 있는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만큼은 여지없이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소꿉놀이를 하더라도 “요리는 순서대로 해야 해. 고기를 먼저 삶은 다음 채소를 넣고…”라며 가르치려는 대다수의 부모들과 달리 여느 아이들처럼 고기, 채소, 생선을 모두 한 그릇에 넣고 놀이를 즐긴다. 교육을 목적으로 놀이를 하는 순간 아이들의 흥미가 떨어진다고 믿는 그녀는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공감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그렇게 동심에 젖어들어야 딱딱하게 굳어 무감각해진 마음이 다시 말랑말랑해지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아이와 마음을 나눌수록 아이들이 주는 사랑이 큰 감동으로 다가와요. 날 바라보는 눈빛이 얼마나 반짝이는지, 내게 안긴 작은 몸이 얼마나 포근한지 고스란히 느껴지죠. 키즈크리에이터가 되어 제일 좋은 건 아이들이 낯가리지 않고 기꺼이 달려와 안긴다는 거예요.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환해지니 얼마나 귀한 존재들이에요. 이런 소중한 존재들에게 사랑 받는 저는 정말 축복받은 사람이죠.”


헤이지니를 사랑하는 수많은 아이 중 한 명일 친구 딸아이가 생각나 사인을 부탁하자 그녀는 아이가 보기 쉽도록 또박또박 글자를 써주었다. ‘소윤, 사랑해요! 안녕~.’ 헤이지니의 사인을 받아들고 활짝 웃을 아이 얼굴을 떠올리자 마음이 맑아진다. 동심에 물드는 행복이란 게 이런 것일까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어른이 되버린 나의 마음도 조금쯤 말랑말랑해진 기분이 든다.



글 한재원 기자 사진 이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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