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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된 환자와 물리치료사 2019년 10월호
 
친구가 된 환자와 물리치료사

“오늘은 목뿐만 아니라 온몸이 경직되어 있네요. 제발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생각하라니까요.” 오늘도 이어지는 물리치료사 은희 씨의 기분 좋은 잔소리. 그녀와 나는 벌써 4년째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남을 갖고 있는 물리치료사와 환 자 관계다. 4년 전, 외무고시 준비를 위해 신림동 고시원으로 들어와 새벽 5시 부터 밤 11시까지 고시원과 독서실을 오가며 공부에만 전념한 게 그녀를 만나 게 된 계기가 되었다.


느닷없이 찾아온 목의 통증은 안마기를 끼고 살아도 쉽게 가라앉질 않았다. 그제야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찾아갔더니 목 디스크 판명이 나왔다. 목 디스크 환자는 대부분 안쪽으로 뼈가 굽어 통증이 심해지는데 나는 뼈가 반대쪽으로 굽어 당장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몸보다 합격이 우선이었던 나는 수 술도 뒤로 미룬 채 일주일에 두 번씩 도수 치료를 받는 것을 선택했고, 그때 만 난 물리치료사가 바로 나보다 여섯 살 어린 은희 씨였다.


이제는 몸 상태만 봐도 내 마음을 읽는 은희 씨는 도수치료를 하는 동안 엄마 처럼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에이, 첫 시험도 아닌데 너무 긴장하지 말아요. 배 짱으로 밀고 나가는 거죠.” 당찬 목소리만큼 손끝도 야무진 은희 씨는 목 뒷부 분부터 시작해서 어깨부분까지 집중적으로 마사지를 해주고, 기구를 이용해 내 어깨 근육을 키워준다. 목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공부 중간에 간단히 할 수 있는 운동법을 가르쳐준 것도 은희 씨였다. 우리는 이제 스스럼없이 서로의 이 야기를 주고받으며 일상을 나누는 친구가 되었다.


스물다섯 살 어린 나이지만 일찍 사회생활을 한 탓에 가끔씩 언니 같은 여유 로움까지 느껴지는 그녀. 내 어깨를 토닥여주는 은희 씨가 있어 4년차 고시 생 활이 아직은 버틸 만하다.


정희원


대학교 3학년 때 휴학하고 신림동 고시원에 들어와 외무고시 준비를 하고 있는 서른한 살의 고시생입니 다. 중학교 때 미국 국무장관이던 콘돌리자 라이스를 소개한 기사를 읽고 외교관의 꿈을 키우게 되었습 니다. 지금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에 합격의 그날을 그리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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