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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 아저씨, 행복하세요! 2019년 6월호
 
세탁소 아저씨, 행복하세요!

매사에 근검절약을 강조하는 어머니의 절약 정신이 때론 너무 지나치다 싶을 때가 있다. 얼마 전, 돈 몇 푼 아끼겠다고 세탁소에 드라이클리닝을 맡기려고 내놓은 양복을 세탁기에 넣어 돌리신 걸 알고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내가 제일 아끼던 양복은 이미 쭈글쭈글하게 변한 뒤였다. 지나친 절약 습관 때문에 낭패를 본 나는 엄마에게 무조건 아끼려고만 하지 말고 쓸 땐 좀 쓰시라는 잔소리를 입에 달고 다녔다.


얼마 뒤 동네 세탁소에 맡겨둔 양복을 찾으러 갔을 때였다. 주인아저씨가 보이지 않기에 고개를 갸웃하는데 나보다 먼저 와 있던 휠체어 탄 아가씨가 안쪽에 대고 “아빠, 손님 오셨어요” 하고 말했다. 아저씨한테 몸이 불편한 딸이 있다는 건 처음 안 사실이었다.


나와도 친하게 지내는 세탁소 아저씨는 평소 세탁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분이다. 수선이나 세탁이 잘됐다고 감사 인사를 드리면 “암! 내가 이 동네에 있어서 그렇지, 실력은 앙드레 김보다 낫지” 하며 어깨를 으쓱하신다. 세탁 기술도 좋지만 아저씨는 특히 인정이 참 많으신 편이다. 세탁비를 깎아달라고 부탁하는 손님들에게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신다. 사실은 나도 항상 천 원씩 세탁비를 깎아달라고 요구하는 손님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날은 차마 세탁비를 깎아달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몸이 성치 않은 딸을 보니 왠지 그동안 천 원을 아끼려고 짠돌이처럼 군 게 죄송해졌다. 내가 아낀 건 고작 천 원이었지만, 어쩌면 아저씨는 살을 깎아내는 기분이지 않으셨을까? 그 뒤 나는 절대 세탁비를 깎아달라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가게 문을 닫고 어딘가로 이사를 가신 세탁소 아저씨. 어디에 계시든 항상 가족 모두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시라는 기도를 봄바람에 전해본다.


고현철


경기도 남양주에 살고 있는 마흔여덟 살의 프리랜서 강사 겸 이벤트MC입니다. 직접 설립한 ‘웃음드림연구소’의 대표 강사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과 웃음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항상 기뻐하라’는 삶의 좌우명처럼 늘 즐거운 마음으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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