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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절과 부음(訃音), 그 대략난감의 함수관계
: 홍경석 : 2007-09-21 :  

평소 마음을 열고 형처럼 지내는 지인이 있습니다.

가끔은 제가 술을 사 달라거나

돈도 꿔달라고 응석을 부리기도 하는 그런 지인입니다.


헌데 어제 그 지인의 부친께서 그만

작고하셨다는 부음(訃音)을 접했습니다.

작년부터 병환이 더욱 깊어지신 때문으로

기실 오늘 내일 하시던 분이셨지요.


그같은 부음을 듣고는 이내 제가 아는 분들게

그 지인 부친의 부음을 유선으로 알렸습니다.

어제 작고하셨다고 하니 오늘 상가(喪家)에 가서

하룻밤에 새워주고 이튿날인 내일은

장지(葬地)까지 따라갈 요량이었지요.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그같은 사실을 알리곤

“내일은 상가에서 자고 와야 할 것 같애.”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제가 생각 못 했던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었습니다.


“상가에 가는 건 좋은데 하지만 그러면

시아버님 제사(추석 차례)는 못 지낸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해.”

순간 ‘아차!’ 싶더군요.


몇년 전에도 추석 즈음에 친구 부친의 상가에

가는 바람에 그 해 추석의 차롓상은 멀건히 바라만 보고

아이들만 차례를 지낸 적이 있었거든요.

순간 저는 고민의 숲에 휩싸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걸 어쩐다?

평소의 신의와 의리 상 상가에 반드시 가야하는데...!

그렇다고 ‘성의 없이’ 부조금만 달랑 내고 안 갈 수도 없고...


누구라도 추석과 설날 같은

명절이 도래하면 차례를 지냅니다.

더군다나 저와 같은 집안 장손(長孫)의 처지에서

그와 같은 차례는 거스를 수 없는

어떤 도도한 물줄기와도 같습니다.

혹자는 추석이 되어도 고작 인터넷으로 차례를 지내고

외국으로까지 여행을 간다지만 그와 같은 ‘행위’는

실로 ‘싸가지 없는 짓거리’라는 게 저의 고루한 사관입니다.


잘 시간이 되어 침대에 누웠지만 내일 상갓집에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싶어 잠은 쉬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새삼스럽게 명절과 부음의 교차는

실로 대략난감의 어떤 복잡다단한

함수관계를 수반하고 있음을 천착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라도 이 세상에 태어나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 생을 마감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생을 마감하는 날도 어찌 보면

그 날을 잘 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 싶더군요.


하지만 불과 한 치 앞조차 내다보지 못 하는 것이

우리네 우둔한 인생입니다.

그러하거늘 어찌 내가 이승을 떠날 날을 내 스스로 정할 수 있단 말입니까!


오늘도 변함없이 아침 일찍 출근했습니다.

하지만 벌써부터 제 고민은 마치 깊은 강(深江)과도 같습니다.

오늘 상가에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목하 고민 중입니다. 


설정화 일반적으로 제사라함은 밤에 하는 행사일진데 남자분들의 지인의 우대관계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08-08-26]